지난 8월21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수사 의뢰 이후 4개월째 진행 중인 검찰의 ‘국가기관 정치·선거 개입’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범행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고 지시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이명박(76)·박근혜(65)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를 제외하고는 상당 부분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수사의 한 축인 이명박 정부 시절 군·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지난 7일 원세훈(66) 전 국정원장을 2차 기소하면서 ‘윗선’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이번 수사를 통해 ‘민간인 외곽팀’을 운영하며 나랏돈 65억여원을 유용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국고손실)까지 받게 됐고, 퇴임 뒤 해외 연수를 대비해 국정원 예산 200만달러를 빼돌리고 해외 공작비 10억원을 유용하는 등의 개인범죄에 대한 3차 기소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의 지시 의혹을 줄곧 부인해온 원 전 원장이 추가 혐의까지 떠안고 갈지, 아니면 진술 태도를 바꿀지는 향후 수사 향배를 결정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선거개입 의혹 수사는 애초 ‘브이아이피(VIP·대통령) 강조사항’이 기록된 문건 등 물증이 있어 국정원 수사보다 이 전 대통령의 개입을 입증하기가 더 쉬울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으로 향하는 ‘디딤돌’인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나고, 최측근으로 꼽혔던 김태효(50)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팀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수사팀은 수집된 증거만으로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고 기소가 가능한지 등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부품업체 ‘다스’가 김경준씨로부터 140억원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국가기관을 동원했다는 고발 사건의 수사도 주목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여러 사안을 한꺼번에 조사하게 될 경우, 다스 수사 일정도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시기와 방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의 또 다른 핵심축은 박근혜 정부 때 친정부 단체들을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집중 지원 단체 명단) 의혹이다. 지금껏 수사를 통해 청와대가 대기업들을 동원해 수십개 친정부 단체에 65억원을 지원하고 관제 시위를 주문한 사실이 드러났다. 실무를 맡았던 허현준(48) 전 청와대 행정관이 구속기소됐고, 지난 10일엔 조윤선(50) 전 정무수석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김기춘(78) 전 비서실장도 조사할 방침이다.
화이트리스트 수사 과정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40억원을 상납받은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공여자’인 남재준(73)·이병기(70) 전직 국정원장과 ‘전달자’인 안봉근(51)·이재만(51) 전직 청와대 비서관이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구치소에 ‘칩거’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할 시기와 방법 등을 고민 중이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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