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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국정원, 청와대에 “댓글수사팀 해체, ‘윤석열 키즈’ 퇴출” 재촉

등록 2017-12-18 05:02수정 2017-12-18 14:59

<2013년부터 청와대에 수시로 보고서…‘검찰 통제’ 종용>

채동욱 사퇴뒤 김진태 내정되자
“총장 취임 직후 댓글수사팀 해체, 후속조치해야”

“선두권 보직 준 뒤, 다음 인사에 한직 보내야”
“수사팀 와해 전략”이라며 구체적인 검찰 인사 방향도 제시

“운동권 출신 검사…” 등 사찰 정보도 보고
“공소유지 검사들 채동욱 직계 조력받아…간섭 못하게 차단해야”

‘채동욱 음해’ 대통령 직보 보고서
“영웅 이미지로 정치권 진출 노려 외부의 힘 통한 특단의 조치 필요”
2013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시기, 국정원이 수시로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려 ‘국정원 댓글 수사팀’의 해체를 요구하는 등 검찰 통제를 주도한 사실이 17일 확인됐다. 댓글 수사에 적극적이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음해성 보고서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직보하고, 수사 검사에 대한 ‘사찰 정보’를 제공하며 구체적인 인사 방향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이런 내용을 담은 국정원 보고서는 대통령에게 보고된 뒤 사안에 따라 비서실장, 민정수석, 홍보수석 등 청와대 핵심 참모 중 몇몇에게만 선택적으로 제공됐다. 예를 들어, 댓글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는 ‘채 총장이 국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에게만 보고드린다”고 하는가 하면, 채 총장이 물러난 뒤에는 ‘수사팀 내 문제 검사 정리 요망’, ‘댓글 사건 공소유지팀 면밀 관리 필요’ 등의 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 외에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정해 추가 배포하는 식이었다.

후임 검찰총장에게 ‘수사팀 해체’ 주문

국정원은 2013년 11월께 채 전 총장이 물러난 뒤 김진태 신임 총장이 내정되자 청와대에 “신임 총장 취임과 동시에 빠른 시일 내 댓글 사건 수사 마무리는 물론 특별수사팀을 해체하고, 공소유지 업무를 한정하는 등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전달했다. ‘수사팀의 일탈 행보를 제어해야 한다’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는 “(청와대가) 신임 총장에게 수사팀의 검찰권 남용·저의 등을 충분히 인식시켜 취임 이후 이들의 노림수에 휘말리지 않도록 사전에 주지를 시켜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수사팀을 깎아내리기 위해 “각종 무리수를 자행하고 있다”, “‘집단사퇴’를 운운하며 언론플레이에 골몰”, “선거개입을 끌어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무리한 수사, 기소를 일삼고 위축된 입지를 만회하려는 속셈” 등의 거친 표현도 등장한다.

검찰 인사를 통한 ‘윤석열 키즈’ 와해 전략 제시

국정원의 보고서에서 수사팀 검사들은 줄곧 ‘윤석열 키즈’ 등으로 표현됐다. 반대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이들은 ‘건전 법조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건전 법조인들이 특별수사팀을 와해시킬 수 있는 전략적 조치를 건의했다”며 ‘윤석열 키즈’에 대한 구체적인 인사 방향을 제시했다. 수사팀 검사에 대한 좌천성 인사는 당사자의 반발을 부르고 여론에도 부담이 되니 우회로를 택하라는 내용으로, “특별수사팀 내 박아무개 부장 등을 동기 중 선두권(좋은 보직)에 배치해 ‘영전’하는 모양새를 취한 뒤 차기 인사에서 이들을 한직으로 보내 반발을 막는 ‘단계적·전략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댓글 사건 수사팀은 아니지만, 채 전 총장과 윤석열 수사팀장을 ‘추종하는’ 검사들은 ‘기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공소유지 검사 동향 파악, 사찰 정보도

수사팀 특정 검사를 음해하거나 수사 결과를 왜곡하는 내용도 있었다. 국정원은 수사팀 내 특정 검사가 ‘운동권 출신’이며, 검사가 된 뒤 시민단체에 회비를 납부한 사실을 언급하며 해당 검사의 교체를 주장했다. 사실상 사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수사팀 검사들이 인사를 통해 지방으로 좌천된 뒤에도 재판에 나와 공소유지를 맡게 되자, 국정원은 공소유지팀 검사들의 동향도 지속해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공소유지팀 검사들이 지방으로 인사조치된 이후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반성 없이 채동욱 직계의 조력을 받으며 주말이면 서울중앙지검에 모여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또 “수사팀이 공소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검찰 지휘부가 외압 논란을 우려해 수사팀의 요구사항을 가급적 승인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검찰 지휘부가 윤석열 등 지휘권 없는 사람들의 부당한 수사 간섭 차단을 위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채동욱 ‘영웅 이미지’로 정치권 진출 노려” 음해

국정원은 댓글 사건 수사 초반 당시 채동욱 총장 흠집 내기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당시 “채 전 총장이 특수부 출신의 측근을 중용해 수사를 밀어붙여 검찰 내에서 위화감을 증폭시키고, 국정 운영에 부담을 초래한다”는 대통령 직보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여기에는 채 전 총장에 관해 확인되지 않은 노골적 음해가 주를 이뤘다. 국정원은 “채 전 총장이 전·현 정부에 빚이 없다는 오만한 인식 아래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빙자해 인기 영합 행보를 지속한다”며 “윤석열 등을 통해 황교안 장관과 마찰이 있다는 내용을 의도적으로 흘려 외압에 맞서는 ‘원칙 이미지’를 연출했다”고 비판했다. 또 “채 전 총장이 ‘정치적 영웅 이미지’를 조성해 정치권 진출을 하거나 정권이 바뀌면 요직을 노린다는 비판까지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특히 보고서에는 채 전 총장을 겨냥해 “외부의 힘을 통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하며 “(총장) 측근 검사들의 행태와 주요 수사의 재판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해 차기 정기인사 때 법무부 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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