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경기가 열린 10일 저녁 강원도 강릉시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북한 응원단이 응원전을 하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최은성! 힘내라!”
10일 저녁, 2018평창올림픽 남자 1500m 쇼트트랙 경기가 펼쳐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북한 선수 최은성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붉은 유니폼을 입은 북쪽 응원단 100여명이 구호를 외치는 사이, 뒷줄에 앉은 응원단 6명은 노란 저고리와 초록색 치마를 입고 부채춤을 추며 흥을 돋웠다.
9일 저녁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몸풀기를 마친 북한 응원단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응원 일정에 돌입했다. 쇼트트랙 경기에서 북한·남한 선수 모두를 응원한 북쪽 응원단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에서도 열띤 응원을 이어갔다.
북쪽 응원단 99명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 인제 스피디움 숙소를 출발했다.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6시30분께. 버스 3대를 나눠타고 도착한 응원단은 경기장 근처 길에서 내려 보안검색대까지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갔다. 등에 ‘DPRKorea’라고 적힌 붉은 유니폼을 입은 응원단들은 막대 풍선 등 응원도구가 담긴 쇼핑백을 손에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응원단은 ‘어떻게 응원할 계획이냐’, ‘첫 경기 소감이 어떻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기만 할 뿐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다.
쇼트트랙 경기가 시작되기 20분 전인 저녁 6시40분. 99명의 북쪽 응원단은 경기장 본부석 맞은편 우측 상단 좌석에 모여 앉았다. 남자 쇼트트랙 1500m에 출전하는 최은성(26) 선수가 링크 안으로 들어서자, 응원단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공기를 흔들며 “최은성 힘내라” 구호를 외쳤다. 경기 사이 사이에는 <반갑습니다>, <아리랑> 등을 율동과 함께 불렀다.
경기 내내 밝은 미소를 띤 북쪽 응원단은 한국 선수의 경기에서도 열띤 응원을 이어갔다. 응원단은 4조의 임효준(한국체대)과 5조의 서이라(화성시청)가 경기할땐 이름을 연호하며 “힘내라”라고 외쳤고, 이들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응원단은 한국 선수를 응원할땐 한반도기를 꺼내 흔들고, “조국 통일”, “우리는 하나다”등의 구호도 외쳤다.
한편, 이날부터 남북단일팀과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공동응원단도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4시 강릉 황영조체육관에서 응원단 발대식과 민족화합 한마당 잔치를 가진 이들은 7시께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가 열리는 관동하키센터 근처에서 남북 단일팀 선수들과 북한 응원단을 환영하는 행사를 열었다. 강릉 관동대 사거리부터 관동대 입구까지 100여미터를 가득 메운 이들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 “이겨라 코리아”, “평창에서 평화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저녁 7시50분께 북한응원단이 탄 버스 다섯 대가 경기장 입구 앞 도로를 지나자, 길가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던 공동응원단의 환호성도 점점 커졌다. 특히 세 번째, 다섯 번째 버스에 탄 북한 응원단들은 버스 내부에 불을 환히 밝히고 손을 크게 흔들며 화답했다.
10일 저녁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예선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저녁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예선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강릉 황영조체육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공동응원단 발대식에서 참가자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9시10분 시작한 단일팀의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두 줄 앞 자리에 앉았다. 쇼트트랙을 응원하던 북한 응원단도 8시10분께 아이스아레나를 빠져나와 아이스하키 응원에 합류했다. 문 대통령과 북한 응원단은 경기를 보며 함께 손뼉을 치며 기뻐하기도 했고, 단일팀이 골을 넣지 못했을 땐 박수를 치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북한 응원단은 단일팀이 선제골을 허용하자 ‘힘내라’ 소리치며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경기도 이천에서 강릉을 찾은 신주희(15)양은 “처음으로 보는 올림픽 경기가 단일팀 경기여서 감동적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양은 “응원을 하며 한반도기를 흔들 수 있어 벅차다”며 “단일팀이 훈련을 한 기간이 짧아 걱정도 되지만 승패를 떠나 함께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동응원단에 참가하기위해 부산에서 왔다는 대학생 마희림(24)씨는 “북한 선수들과 응원단에게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남한에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경기장에 왔다”고 했다.
강릉/최민영 황금비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