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강원 평창동계올림픽 메인 프레스센터에 최소 30초간 비누를 이용해 손을 씻으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2일 기준 평창동계올림픽지역 노로바이러스에 194명이 감염됐으며 이중 147명이 격리해제 됐다. 연합뉴스
강릉선수촌의 한국 선수들 방문에는 모두 ‘방’이 붙었다. ‘노로 바이러스 장염 예방 및 대응 지침’이다.
밥 먹기 전에는 무조건 30초 이상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한다. 일반인과 접촉도 피하고, 밖에서의 외식은 상상해서도 안 된다. 알코올 세정제를 믿지 말라는 내용도 있다.
각 나라 선수단도 ‘겨울 식중독’에 걸리면 4년 노력이 물거품 된다는 것을 잘 안다. 2~3일 장염 증세로 고생하면 병은 낫지만 정상적인 경기력이 나올 수 없다. 외국 선수단에서는 “한명이라도 환자가 나온다면 철수하겠다”며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12일 현재 노로 바이러스 확진자는 194명으로 이 가운데 147명이 완치됐다. 대회 운영을 돕기 위해 나선 지원 인력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조직위는 확산을 막기 위해 식당, 화장실, 경기 시설 등 곳곳에 방역을 실시하고 모든 요원에게 생수를 제공한다. 생선회는 선수촌 식단에 아예 없다.
노로 바이러스는 오염된 물, 음식물 등에서 기인하는 후진국형 전염병이다. 평창과 대관령은 청정지역으로 알려졌지만, 축산 폐수 등으로 지하수가 오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강원도나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본부 등이 이런 특성을 알았다면, 최초 발병지인 평창의 청소년수련원에 올림픽 지원 인력이 입주할 때 좀더 치밀한 예방조처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질병관리본부는 13일 수련원 단체급식이 발병의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의 참가, 단일팀 구성 등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의 유산을 남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선수단에 단 한명의 환자라도 나오면 어그러진다. 노로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평창올림픽의 성패를 좌우할 열쇳말로 떠올랐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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