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출경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6일 만경봉 92호를 타고 방남한 북한예술단의 한국 공연은 숱한 화제를 낳았다. 8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에서, 11일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두 차례 공연을 가진 북한예술단 공연은 첩첩의 보안에 둘러싸여 공연 뒷이야기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한겨레>가 북한예술단 강릉 공연에서 한국쪽 기술팀 스태프로 참여한 ㄱ씨에게 공연 뒷이야기와 소회를 들어봤다. ㄱ씨는 “북한 스태프들이 먼저 ‘통일’을 말해서 놀랐다”고 전했다.
ㄱ씨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통일’에 관한 말을 먼저 꺼낸 것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오히려 조심스러워서 말을 안 걸었는데 그쪽에서 먼저 통일을 이야기했다. 공연을 급하게 준비하게 되면서 ‘더 많이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다’며 ‘통일이 되어야 기술들을 공유할 수 있다.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ㄱ씨는 말했다.
ㄱ씨는 공연을 준비하며 북한 사람들에 대한 기존의 편견이 많이 깨졌다고 말했다. ‘북한사람’은 권위적이고 수직적일 줄 알았는데 막상 대화하고 관찰해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ㄱ씨는 “북한사람들은 상하가 분명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윗분들이 등장하면 기립한다던가 정자세를 취한다던가 할 줄 알았는데 내부 소통이 생각보다 부드러운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기술팀 스태프로 참여한 ㄱ씨에게 북한예술단 기술팀은 스스럼 없이 말을 걸었다고 했다. 물론 연차가 낮은 사람들은 말을 아꼈고, 연차가 있는 스태프가 주로 말을 걸었다고 했다. ㄱ씨는 “연차가 낮아 보이는 젊은 북한 스태프들은 말을 걸어도 대답을 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차가 높은 사람들은 저희한테 자유롭게 말을 걸었다. 북한 사람들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북한예술단은 ‘안전’을 가장 중시했다. ㄱ씨는 북한예술단이 거듭 ‘안전’을 강조해 놀랐다고 한다. “공연단 쪽에서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처음으로 한 말은 ‘제일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라는 말이었다. 공연 준비 중 항상 들리는 이야기는 ‘안전’이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북한이라면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 예술단원들의 개인적 안전은 덜 중요시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공연 준비를 하다 보면 급박하게 해야 할 것도 있어서 안전점검을 좀 누락하게 되는 부분도 있는데, 언제나 안전을 외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공연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이쪽 일하면서 여러 공연들을 거쳤지만, 저희 스태프끼리는 ‘확실히 수준 있는 공연이다’라는 평이 많았다”고 전했다.
현송월 단장에 대해선 ‘의외로 수더분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기술팀 스태프이어서 직접적으로 마주칠 일은 없었지만 공연 준비하면서 본 행동이나 인상으로는 사치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수더분한 인상이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기사에는 공연장을 보고 인상을 쓰고 나왔다고 하는 등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알려졌는데 안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ㄱ씨는 ‘과잉의전’ 논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 정도 대형규모의 공연이면 보통 제공하는 수준 이상의 배려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ㄱ씨는 “언론에서는 더 대접해준다는 식으로 보도가 나왔는데, 직접 참여한 사람으로서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북한 쪽에서도 오히려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면서 “물론 저희가 배려를 안해줬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형 공연과 차이가 없었다. 특별히 챙겨주거나 우대해준 것은 없다”고 말했다. ㄱ씨는 “일반적인 공연 준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ㄱ씨가 공연을 함께 하면서 느낀 점은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사람들 하면 갖고 있는 이미지 있지 않나. 권위적이고 윗분에 충성하는 이미지. 그런 이미지가 많이 깨졌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ㄱ씨는 전했다.
강릉/임재우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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