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응원단과 취주악단이 지난 23일 오후 강원도 인제 다목적체육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하루빨리 통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민족인데…”
26일 낮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북쪽 선수단, 기자단 등과 함께 출경 수속을 기다리던 한 응원단원이 “방남 기간동안 잘 지내셨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왼쪽 가슴에 인공기가 달린 붉은 코트를 입은 여성 단원은 이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 함께 응원하고, 하나가 돼서 다행이고…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라며 지난 20일 간의 소회를 남겼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등 299명이 26일 낮 19박20일의 일정을 마치고 북쪽으로 귀환했다.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 4명, 선수단 45명, 응원단 229명, 기자단 21명 등 모두 299명은 이날 12시33분께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출발해 5분 뒤 군사분계선(MLD)을 넘었다.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만난 남북 관계자들은 “고생 많으셨습니다”, “또 봅시다” 등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한 응원단은 “올림픽이 결코 끝났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올림픽을 통해서 우리 북과 남의 통일 열기가 고조될 때 조국통일의 그날이 하루 빨리 앞당겨진다고 생각한다”며 웃어보였다.
북한응원단이 지난 23일 오후 강원도 인제 다목적체육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이후 13년만인 지난 7일 방남한 북쪽 응원단은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올림픽 주요 일정에 참여하며 주목을 받았다. 9일 개회식에는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추위에도 ‘아리랑’ 등의 노래를 부르며 응원전의 첫 선을 보였고, 국제대회에서 11년 만에 공동입장한 코리아팀을 향해서도 함께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응원단은 아이스하키·알파인스키 등 5개 종목에 참가한 북쪽 선수 22명을 모두 찾아 응원전을 펼치는가 하면, 15일 남자 아이스하키, 22일 쇼트트랙 등 남쪽 선수에 대한 응원에도 나섰다.
북쪽 응원단은 7차례 ‘깜짝 공연’을 통해 시민들과의 접점도 만들었다. 응원단은 8일 북한 선수단 입촌식 공연부터 시작해 20일 평창 올림픽플라자 공연, 22일 강릉 정동진 공연 등 모두 다섯 차례 야외 공연을 벌였다. 귀환 직전인 23, 24일에는 각각 인제군 다목적구장과 원주시 종합체육관에서 시민 수천여명을 대상으로 실내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80여명의 취주악단은 ‘반갑습니다’, ‘쾌지나칭칭나네’, ‘아리랑’ 등 남쪽에도 익숙한 노래들을 선보였고, 나머지 응원단은 취주악단을 둘러싸고 부채춤등의 율동을 추며 흥을 돋웠다.
야외공연 일정의 대부분이 사전에 공개되지 않은 깜짝 공연이었지만, 북쪽 응원단이 가는 공연장마다 수백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설 연휴 였던 지난 17일 평창 대관령상지고교 운동장에서 열린 취주악 공연에는 공연 1시간 전부터 평창올림픽파크를 찾은 시민들이 100m가량 줄을 서 이들의 공연을 기다리기도 했다. 수차례 야외 공연을 거치면서 북쪽 응원단이 시민들의 환호에 먼저 화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22일 정동진 공연에서는 공연이 끝난 뒤 시민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기 시작하자 응원단이 공연 장소에 한참 서서 따라부르는가 하면, 먼저 시민들을 향해 “조국 통일!”, “우리는 하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북한응원단이 지난 23일 오후 강원도 인제 다목적체육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방남 기간동안 시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북쪽 응원단의 응원은 오는 겨울패럴림픽에도 이어진다. 남북은 다음 달 9일 개막하는 겨울패럴림픽 북한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7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실무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남북은 지난달 17일 고위급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패럴림픽에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등 150명 규모의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강릉/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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