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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폭력 될라” 말도 행동도 조심…‘미투’가 바꾼 일상

등록 2018-03-08 05:01수정 2018-03-08 10:28

직장선 ‘강제회식’ 줄고 예방교육
대학 OT선 술자리 주의지침 공지
‘성폭력 문화’ 개선 움직임 잇따라
2월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연극·뮤지컬 관객 ‘연극·뮤지컬 관객 #withyou(위드유)’ 집회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월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연극·뮤지컬 관객 ‘연극·뮤지컬 관객 #withyou(위드유)’ 집회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최근 한 대기업 총무팀은 팀에서 사용한 음료 컵을 여직원들만 돌아가며 닦는 관행을 없앴다. 그동안은 회의 등 업무 때 쓴 컵을 쌓아두면 다음날 일찍 출근한 여직원이 한꺼번에 닦아야 했다. 직원 오아무개(33)씨는 “2010년 입사 때부터 봐온 관행인데, 최근 미투 운동을 보며 이것도 성차별 아닌가 하는 생각에 문제 제기를 했더니, 자기 컵은 자기가 닦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미투’ 열풍이 몰아치면서, 110번째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는 한국 사회의 일상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연쇄 폭로 속에 성폭력이 될 수 있는 언행을 조심하는 것은 물론, 구조적 배경으로 꼽혀온 일상적 ‘성차별 관행’을 바꿔보자는 작은 움직임들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복학생 ㄱ씨는 최근 군 제대 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다가 변화를 실감했다. 그는 “입대 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며 “술자리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지침 형태로 공지됐고, 꼭 지침이 아니더라도 술자리에서 하는 이야기 등을 스스로들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아무개(54)씨는 직장 회식 문화를 바꿀 생각이다. 김씨는 “가능하면 회식을 줄이고 술 없는 회식을 할 생각”이라며 “다른 회사에서 벌어진 성추문 사례를 들을 때마다 여직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런 시각이 전반적으로 잘못됐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직장 내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고, 성폭력 예방 교육도 할 작정이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여성 조합원이 적은 사업장의 경우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 직장 내 성폭력은 거론조차 안 됐지만, 미투 이후에 이를 다루려는 사업장들이 생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사소한 말과 행동 또한 성폭력 가해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번지고 있다. 한 방송사 직원 이아무개(28)씨는 “간부들이 ‘남자는 이래야지, 여자는 이래야지’ 같은 이야기를 하다가 ‘이것도 성차별인가’ 머쓱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성폭력을 대하는 피해자와 조직의 대응 자세도 크게 달라졌다. 한 공공기관은 올해 들어 성폭력 신고 접수 건수가 대폭 늘었다. 3월 초까지 접수된 성폭력 신고(6건)가 지난해 전체 신고 건수(5건)를 넘어섰다. 이전엔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이 주를 이뤘던 신고 내용도 언어적 성폭력으로 범위가 확대됐다고 한다. 인사팀 직원 이아무개(30)씨는 “회사 분위기가 피해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고발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지난해 ‘한샘 성폭력 사건’ 이후로 회사 내에서도 성폭력을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미투 운동으로 이런 움직임이 더 강해졌다”고 전했다.

여성계는 미투의 문제의식이 일상 속으로 더 많이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남성들은 이제야 동료 여성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인식하고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 같다”며 “자기 컵을 자기가 씻고 술을 강요하지 않는 당연한 상식이 자리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정예원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우리 공동체는 성폭력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시스템으로 안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영 임재우 장수경 황금비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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