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한국외대 교수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외대에 따르면, 학생들을 수년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한국외대 ㄱ교수가 17일 자신의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외대는 “ㄱ교수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나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라 확답은 못한다”며 “현재 유가족과 같은 학과 교수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ㄱ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들이 외출을 나갔다 돌아온 오후 1시께 ㄱ교수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다”며 “휴대전화에 유서와 비슷한 메모로 심경을 작성해놨다”고 밝혔다. ㄱ교수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외상과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어 스스로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타살 혐의점이 없어 검찰과 협의해 사건을 종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에서 근무했던 ㄱ교수는 지난 14일 한국외대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인 ‘대나무숲’에 성희롱성 발언과 행동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글의 작성자들은 ㄱ교수가 “남자친구랑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워 본 적 있나”라고 묻거나 “그런 립스틱을 바르면 남자친구가 먹음직스럽게 생각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글의 작성자들을 ㄱ교수가 팔을 꼬집거나 뒤에서 안는 등의 성추행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ㄱ교수는 2006년 학내 성희롱 문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되었던 일이 최근 다시 드러나기도 했다. 인권위는 한국외대에 ㄱ교수에 대한 경고 조치를 요구했으나, 학교 쪽은 권고와 반대로 성희롱을 대자보로 알린 재학생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리고 성희롱 피해자인 여직원을 해직시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학교 쪽은 “대나무숲에서 해당 글이 올라온 후 ㄱ교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려 했으나, ㄱ교수가 사망해 조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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