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지 “미투 이름으로 비이성적 공격…강단 떠난다”

“인격 살해로 자존심 상처…사과할 뜻 없다”
성추행 의혹에 학생 메일 공개
150여명 재학생 모여 공개 사과 요구

미투 폄하 발언을 한 하일지 교수(왼쪽)와 교내에 붙은 하 교수 규탄 대자보.

강의 중 ‘#미투’와 피해자 비하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데 더해 재학생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하일지(본명 임종주) 동덕여대 교수(문예창작과)가 강단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19일 오후 2시께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라는 이름으로 무례하고 비이성적인 공격을 받게 됐다”며 “오늘로서 강단을 떠나 작가의 길로 되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지난 14일 ‘소설이란 무엇인가’ 강의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김지은 전 정무비서의 폭로에 대해 진실성을 짚어봐야 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하 교수가 2년 전 이 학교 재학생 ㄱ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 교수는 “인격 살해를 당해 자존심 깊이 상처를 입었고 학생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며 “사직서를 제출할 생각이지만 학교 윤리위원회에서 출석하라고 하면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사과 요구에 대해 “거듭 말하지만, (성추행 폭로 학생이나 다른 학생들에게) 사과할 뜻은 없다”고 거부했다. 성추행 의혹에 대해 하 교수는 당시 해당 재학생이 ‘존경한다’며 보낸 안부 메일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폭로와 진실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를 헤아리는 게 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150여명의 재학생들이 모여 하 교수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오늘 오후 5시 윤리위원회를 열어 하 교수를 향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지 여부를 검토했다”며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