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후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를 받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안 전 국장에 대한 영장은 이날 기각됐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기는커녕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진실을 은폐하며 다른 피해자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80여일 간의 활동을 마친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내놓은 수사결과에 대해, 26일 서지현 검사 쪽이 이렇게 비판했다. ‘진상규명’, ‘피해회복’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조사단은 올 1월29일 서 검사가 자기 겪은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고 이틀 만에 구성됐고, 석 달 가까운 활동 기간 동안 서 검사에 대한 성추행과 인사보복 의혹의 가해자인 안태근 전 검사장을 불구속하는 등 전·현직 검찰관계자 7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 검사의 대리인단은 이번 수사를 “검찰 보호용 수사”라고 지칭했다. 먼저 이 사건을 “검찰 내 성폭력이 어떤 식으로 처리되는지, 사무감사와 인사가 한 개인이나 조직의 특정 목적을 위해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규정한 뒤 “서 검사는 검찰 내에서 이러한 성폭력 문제를, 사무감사와 인사 문제를 처음으로 정식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이 검사 통제 수단인 사무감사와 인사가 불공정하다는 것은 절대 인정 못 할 것이라고들 해도 작은 희망을 가지고 기다렸지만 우려했던 대로 수사는 미진했고, 수사미진 및 지연의 책임은 떠넘겨졌다”고 강조했다.
또 서 검사 쪽은 이날 조사단이 “문제점을 찾기 어려웠다”고 밝힌 ‘2014년 서 검사에 대한 서울고검 사무감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대리인단은 “당시 서 검사에게 실시된 사무감사는 소위 ‘조직에서 찍힌 검사’에 대해 지극히 사소한 내용까지 과다하게 지적하는 전형적인 표적 감사였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런 식의 사무감사가 실시된 배경에 대한 조사가 면밀하게 이뤄져야 했지만 이를 밝혀야 할 조사단의 단장(조희진 지검장)이 당시 사무감사의 결재라인에 포함됐던 점 등 진상규명에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수도권 한 검사는 “지적하려고 마음먹으면 한도 끝도 없는 게 사건처리다. 서지현 검사보고 당시 자신을 감사한 검사들에 대해 역으로 사무감사를 해보라고 해도 지적할 게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인단은 검찰 내 2차 가해 부분에 대한 수사가 부실한 점도 지적했다. 서 검사 폭로 직후 검찰 내에서는 “서 검사가 일을 잘 못 한다”, “법무부에 인사 부탁을 해도 안 들어주자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는 등의 근거 없는 뜬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이런 식의 2차 가해는 다른 내부 고발자나 성폭력 피해자의 입을 닫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회적 우려가 컸다. 이에 서 검사 폭로 나흘 만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2차 피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과하기도 했다.
대리인단은 “수회에 걸쳐 2차 가해에 가담한 검사들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을 요청했으나 조사단은 끝내 이를 묵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조사단이 수사결과 발표 내용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사단은 “서 검사가 2010년 본인 사건이 문제 되는 걸 명백히 반대해서 (감찰조사가) 진행 못된 과정이 1번 있고, 2017년 7월에도 사건화되길 원치 않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리인단은 “2010년 서 검사는 당시 검사장을 통해 사과를 받아주겠다는 말을 믿고 기다렸고, 감찰에서는 직접 확인조차 하지 않아 서 검사가 당시 본인 사건이 문제 되는 것을 반대했다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또 “2017년 장관 면담 요청 뒤 진상조사 요청을 수회했고 별도로 법무부나 검찰에서 서 검사의 의사를 확인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왜 조사단이 마지막까지 허위사실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지 답답한 뿐”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서 검사 쪽은 “한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있고, 많은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지만, 많은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며 “피해자는 검찰이 진정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검찰이 되려면 잘못된 성폭력 사건처리 관행 및 공정성이 결여된 사무감사와 인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이 사건을 사회에 고발하는 사회적 자살행위를 감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그리고 내부 검사들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스스로 놓친 검찰의 수사에 깊은 안타까움과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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