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오전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구치소로 향하기 전 가족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2009년 5월23일, 2017년 5월23일, 2018년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인 오는 2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의 심판대에 선다. 이날은 정확히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처음 법정에 선 날이기도 하다.
뇌물·횡령 등 16가지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은 2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지난 3월 구속된 뒤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이 전 대통령은 ‘수인번호 716’을 달고 피고인석에 앉아 검찰 기소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힐 예정이다.
9년 전 이날은 이명박 정부 검찰이 벌인 ‘표적수사’라는 비판을 받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 도중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오후 2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는 9주기 추도식이 열린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 1월 기자회견을 열어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에선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문재인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5월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이 ‘수인번호 503’이 적힌 배지를 달고 첫 공판에 나왔다. 두 전직 대통령은 한나라당 시절 친이계와 친박계 수장으로 내전 수준의 계파 싸움을 벌였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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