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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혜화역 ‘붉은 시위’ 여성들 “촛불시위 땐 다 응원해줬는데…”

등록 2018-05-21 11:48수정 2018-05-22 12:03

1만2천명 모인 ‘혜화역 시위’ 참여자들 SNS 후기
“불법촬영 범죄에 똑같은 경찰 수사와 대응 원해”
“여자도 국민이다” “맘 놓고 창문 열고 살고 싶다”
집회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염산테러 예고 글 논란도
5월19일 오후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일대에 여성 1만2000여명이 모여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왼쪽 위 로고는 ‘불법촬영 성편파수사 규탄시위’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프로필 사진이다.
5월19일 오후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일대에 여성 1만2000여명이 모여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왼쪽 위 로고는 ‘불법촬영 성편파수사 규탄시위’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프로필 사진이다.
“소리치고 맞서 싸우는 여성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고 나아갈 힘을 얻는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 참여자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양한 후기를 남겼다.

이날 참여자들은 최근 벌어진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을 두고 경찰이 이례적으로 빠른 조사에 나서고 여성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등으로 대응에 나선 것을 편파 수사라고 봤다. 그러면서 “여성이 피해자일 때도 동일하게 수사하고 처벌하라”며 수사당국에 촉구했다.

집회에 참여한 ㄱ씨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몰카 찍지 말라고, 여자도 국민이고 사람이라고, 차별 철폐하고 성평등 이루자고 목이 쉬도록 수십번을 외쳤다”며 “우리는 왜 이렇게 당연하고도 정당한 말을 하기 위해 이토록 애를 써야 하며 분노하고 외쳐야 하는가. 이렇게까지 모여서 외치는데도 세상은 귀를 틀어막고 듣지 않는가”라고 소회를 밝혔다.

트위터 이용자 에**(@do***)는 “불법촬영 범죄 건에 대해 똑같은 수사와 대응을 원한다. 남자만 사람이 아니다. 여자도 똑같은 사람이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 이즈(@ja**)는 “혜화역 시위를 가서 구호를 외치는데 눈물이 나더라”라며 현장에서 함께 외친 구호를 소개했다. 구호는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여자도 마음 놓고 용변 보고 살고 싶다. 여자도 마음 놓고 창문 열고 살고 싶다. 남자에겐 당연한 것 여자들은 갈망한다. 여자도 마음 놓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였다.

주최 쪽은 집회 당일 참여자들과 언론에 집회 현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집회 참여자들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기로 했다. 언론은 집회 참여자 얼굴을 모자이크 화면으로 처리해야 하고, 클로즈업 사진 촬영이 금지됐으며, 개별 인터뷰도 할 수 없었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나온 건, 보도를 통해 시위 참여자의 신분이 노출됐을 때 이들을 향한 온·오프라인상 성희롱과 모욕 등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트위터 이용자 장**(@mai***)은 “혜화역에 내리자마자 본 건 마스크를 끼고, 모자를 쓰는 여성들이었다. 출구를 나설 때쯤 시위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자신들의 얼굴을 가리고, 찍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다”고 적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 시**(@ti***)는 “몰카 촬영 규탄 시위에서도 우리는 몰카를 찍히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을 향해 ‘찍지 마 찍지 마’ 하고 목소리를 높여야만 하는 현실 진짜 환멸 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팔**(@ha***)은 “촛불시위 갔을 때는 누구에게 말해도 될 일이었고 모두가 나를 응원해줬고 옳다고 말해줬다. 그런데 이번 혜화역 시위는 시위자들이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중무장하고 신상에 피해 갈까 봐 온갖 지침이 다 내려오고 염산 테러 대비한 약품도 준비하고 더없이 옳은 시위임에도 욕을 하는 게 억울하다”고 적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갈무리
한편, 혜화역 집회 당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염산 테러를 예고하는 글이 게재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지난 17일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강남 신논현역 근처에서 열린 ‘성차별·성폭력 4차 끝장 집회’에서도 집회 시작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염산 테러를 예고하는 협박성 글이 올라와 집회 주최 쪽이 행진 경로를 변경했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페이스북에 “여성들이 누적적 성차별에 분연히 일어나 ‘정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할 때, 그들(일부 남성)이 하고 있는 일 좀 보세요. 염산 테러 준비, 지하철에 찌라시 뿌리기, 이상한 복장으로 나타나 시위 방해하기.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자꾸 화가 납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청와대에서 국민청원에 답변하는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혜화역 집회의 촉매제가 된 홍대 불법촬영 사건이 경찰의 편파수사였다는 주장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40만명을 넘어서면서 경찰청장이 직접 답변에 나서게 됐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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