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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압색 대비 ‘가짜 사무실’ 만든 남재준 실형

등록 2018-05-23 15:26수정 2018-05-23 20:52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재판 방해자 전원 1심 유죄
남 전 국정원장 징역 3년6개월
서천호 전 2차장 징역 2년6개월
장호중 전 지검장 징역 1년
이제영 전 부장검사 징역 1년6개월

재판부 “원세훈 변호인단처럼 행동하며
수사와 재판 노골적으로 기망·우롱”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 원장이 지난해 11월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며 취재진을 뿌리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 원장이 지난해 11월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며 취재진을 뿌리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3년 4월,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은 국정원이 심리전 주무부서라며 ‘안내’한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이 보안 등을 이유로 동선을 통제한 탓에 수사팀은 제대로 압수수색을 못 했다. 서류 뭉치 등을 들고 나왔지만 신통치 않았다.

검찰은 올해 초 수사를 통해 당시 압수수색한 곳이 기존 사무실을 쪼개 칸막이를 설치한 가짜 사무실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사무실에 가져다놓은 서류도 가짜였다.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시나리오를 만들고 리허설까지 진행했던 국정원의 검찰 수사 방해는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 서천호 국정원 2차장, ‘친정’인 검찰에서 국정원으로 파견된 장호중 부장검사(감찰실장), 이제영 검사 등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고, 검찰은 이들을 모두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는 23일 2012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때 검찰 압수수색을 방해하고 국정원 직원들이 재판에서 허위 진술을 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주요 관련자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남재준 전 원장은 징역 3년6개월, 서천호 전 2차장은 징역 2년6개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은 징역 1년, 이제영 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과 공모한 국정원의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과 문정욱 전 대정부전복국장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이, 고일현 전 종합분석국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이, 하경준 전 대변인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1심 재판 구속기간이 끝나 지난 15일 풀려났던 김 전 단장과 문 전 국장은 이날 실형 선고로 일주일 만에 다시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대선개입을 주도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변호인처럼 행동하며 실체적 진실 규명을 막은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은 검찰 수사 방해에 이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국정원 댓글이 ‘개인적 일탈’이라거나 외부 협력자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허위 증언을 지시하고 실행했다”며 위계공무집행방해, 국가정보원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또 “원 전 원장 사건은 광범위한 조직과 막대한 예산을 가진 권력기관인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정치에 관여해 민주주의의 헌법 가치를 중대하게 훼손한 사건”이라고 규정한 뒤, “피고인들이 수사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했더라면 국정원이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 것인데 전모가 밝혀지면 국정원 기능이 축소되고 새 정부(박근혜 정부)에 부담될 가능성을 빌미로 수사와 재판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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