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를 수출 상품으로 여기고 적자가 난다고 공공병원을 폐쇄하는 한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경남도가 폐업을 발표한 2013년 5월29일, 경남 진주시 초량동 진주의료원 출입구의 모습. 한겨레 김명진 기자
6·13 지방선거 정책 발굴 ‘어젠다 2018’ ② ‘오래된 희망’ 공공의료 확대
폐쇄 논란이 공공의료 필요 키워
빈부 따른 건강격차 개선 이슈로
폐쇄 논란이 공공의료 필요 키워
빈부 따른 건강격차 개선 이슈로
어린이재활·산재치료 등 맞춤 공공병원 “우리 지역으로” 한국 공공의료 수준 OECD 최하권
이번 선거서 확대논의 필요성 절실 파산선고 받은 부산 침례병원
시민단체·시장후보들 공공화 운동 대전 어린이재활병원 대통령공약
후보들 교육·복지서비스 추가 약속 울산은 혁신형 공공병원 추진중
경남, 재활병원 혹은 산재병원 계획
제주·충북·경기·전남도 공약 잇따라 부산 침례병원은 금정구에 있는 유일한 종합병원이다. 24시간 응급의료센터와 600여 병상을 갖춘, 부산에서는 몇 안 되는 대형병원이기도 하다. 이 병원은 지난해 7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경영난이 문제였다. 곧바로 주민 24만명 규모의 금정구 의료공백 우려가 제기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를 비롯해 28개 지역 보건의료·시민단체가 나섰다. ‘지역의료공백 해소와 공익적 병원 설립을 위한 부산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도 함께 꾸렸다. 이들 단체는 침례병원 파산 선고 직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 보건의료기관 등이 이 병원을 인수해 공공병원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적극 알렸다. 마침내 지난해 9월, 금정구의회는 ‘응급의료시설을 갖춘 공공병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결의문을 내기에 이르렀다. 대책위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는 13일 부산시장 선거에 주목했고, 여야 후보를 가리지 않고 만나 정책협약을 추진했다. 지난 4월17일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가 침례병원의 공공병원 전환에 동의했다. 서 후보는 이를 지방선거 공약으로도 채택하겠다 약속했다. 같은달 24일 이성권(바른미래당), 지난 9~10일 각각 오거돈(더불어민주당), 박주미(정의당) 후보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부산시장 후보가 모두 침례병원의 공공 전환에 동의한 것이다. 31일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공공의료 비중이 (오이시디 회원국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다는 미국이나 일본도 그 비중이 25%에 이르는데, 한국은 5.9%(병원 수 기준)에 그친다”며 “그 가운데서도 부산의 공공의료 비중은 2.9%로 대단히 낮은 만큼, 공공병원 설립이 절실하다”고 짚었다. ■ 진주의료원 폐업, 메르스의 교훈 공공병원 등 공공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이전 정부에서 경남 진주의료원 폐업(2013년)과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이 불거지며 커졌다. 민간 의료기관은 수익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각 지역에 꼭 필요한 공공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좀더 많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마련된 것이다. 다만 한국의 공공의료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최저 수준에 가깝다. 특히 병원 수에 견줘 상대적으로 조금 나은 병상 수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한국의 공공의료 비중은 2007년 11%에서 2016년 9.1%로 되레 줄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공의료 확대 논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수치다. 대전에서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을 만들어보자는 논의도 메르스 사태가 전국을 휩쓸고 지나간 그즈음 무르익기 시작했다. 장애 어린이를 둔 많은 부모의 노력이 큰 구실을 했다. 대전 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목표로 꾸려진 사단법인 ‘토닥토닥’의 이나경 사무국장은 “2014년 처음으로 장애 어린이를 둔 부모들이 모여 대전에 어린이재활병원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으기 시작해 이듬해 토닥토닥을 만들었다”며 “그때부터 많은 대전 시민과 함께 어린이병원 설립 운동을 펼쳐왔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동은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전 어린이재활병원 설립’ 공약으로 결실을 맺었다. 새 정부는 이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했고, 지난해 말 국회에서 관련 예산도 확보했다. 오는 13일 대전시장 선거에 나서는 허태정(더불어민주당)·박성효(자유한국당)·남충희(바른미래당)·김윤기(정의당) 후보 등은 어린이재활병원을 설립해 재활 의료서비스와 장애 어린이 및 부모를 위한 교육·복지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9월 사단법인 토닥토닥 회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토닥토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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