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제자들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인 배용제(54)씨에게 징역 8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5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배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배씨는 2012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자신이 문예창작과 시창작 과목의 전공실기 교사로 근무하던 경기도의 한 고교에서 지도를 받던 학생 5명을 자신의 집에 있던 창작실, 학교복도 등에서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2011년부터 2013년 가을까지 학교복도와 교실 등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십여 차례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도 받았다.
배씨의 성폭행·성추행 사실은 2016년 10월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과정에서 폭로됐다. 배씨로부터 시창작 강의를 수강했던 학생 6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습작생 1~6'이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려 배씨가 미성년 학생을 성폭행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고발했다. 학생들은 대학 입시에서 영향력이 큰 배씨에게 불이익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다 ‘미투 운동’이 시작된 뒤에야 입을 열었다.
배씨는 1997년 신문사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여러 권의 시집을 출판한 중견시인이다.
1·2심은 "등단이나 대학 입시 등을 앞둔 학생들이 배씨의 요구를 거스르기 어려웠던 점을 배씨가 악용했고, 피해 학생들이 앞으로 건전한 삶을 영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배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배씨는 피해 학생들을 성폭행·성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학생들의 법정 진술이 충분히 구체적이고, 다른 객관적 사정들과도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피해자들이 성년이 된 뒤에야 피해사실을 신고하게 된 경위가 비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들이 배씨를 모함하기 위해 허위 신고를 할 동기가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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