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단독] 경찰, 세월호 집회 소송 끝장보기…법원 조정안 거부

등록 2018-06-26 18:59수정 2018-06-27 08:17

개혁위 “시위 손해배상 신중” 권고에
“취지 존중, 화해·조정에 최선” 약속하더니
개혁위 해산 일주일만에 법원에 이의신청
개혁위원 “표현의 자유 위축, 매우 유감”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 및 관련 단체에 대한 경찰의 괴롭힘 소송 중단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 및 관련 단체에 대한 경찰의 괴롭힘 소송 중단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경찰이 세월호 추모 집회를 연 유가족 등에게 청구한 손해배상소송과 관련해 법원의 조정 권고를 거부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이미 다수의 집회·시위에 대해 ‘줄소송’을 낸 바 있는 경찰이 “소송에 신중하라”는 경찰개혁위원회(경찰개혁위) 등의 최근 권고도 무시하고 ‘끝장’을 보자는 태도를 유지한 셈이어서, 공권력의 ‘소송 괴롭히기’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서울중앙지법 민사88단독 황혜민 판사가 낸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서를 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2015년 4월18일 세월호 추모 집회 진압 과정에서 경찰 장비가 파손되거나 경찰관들이 부상을 입었다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소속된 시민사회단체 등을 상대로 7780여만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그해 7월27일 냈다.

황 판사가 권고한 조정안은 원고와 피고가 상호간 민형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않고, 서로 입은 피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그간의 소송비용 등은 각자 부담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송의 승패와 책임을 묻지 않고 각자 사과의 뜻을 밝히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라는 것이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재판 당사자가 2주 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원고인 대한민국은 지난 22일 법원에 이의신청서를 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소송과 관련해 잠시 유연해지는 듯했던 경찰의 태도는 자문기구인 경찰개혁위의 활동이 끝난 지난 15일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찰개혁위는 지난달 ‘집회·시위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은 신중하게 하라’는 취지로 경찰에 권고한 바 있다. 집회·시위의 관리 주체인 경찰이 소송을 남발하면,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었다. 경찰청은 당시 “경찰개혁위의 권고안 취지를 존중한다”며 “소송의 진행 상황을 고려해 화해·조정 등의 절차를 통해 권고 내용에 부합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개혁위는 지난 15일 해산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경찰개혁위의 권고를 묵살하고 스스로 한 약속마저 뒤집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세월호 참사 관련 손해배상 소송이 그동안 경찰의 시민 상대 줄소송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 건은 비교적 쟁점이 단순하고 손해액도 크지 않다. 경찰은 현재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집회 시위로 인한 손해를 주장하며 총 6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파업(청구금액 16억6961만원),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5억1709만원) 등은 손해액이 크고, 한진중공업 희망버스(1529만원),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3억8667만원) 등은 주최자가 형사상 유죄판결을 확정받은 경우가 많다. 경찰로서도 소를 취하거나 화해 결정에 응하기엔 고려할 요소가 많은 셈이다.

경찰은 불법 행위로 인정된 집회·시위 주최자나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금전 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경찰개혁위 권고안과 배치되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 내부에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와 관련해 기소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등의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조정안을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등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개혁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개혁위 권고 취지는 시민사회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민사소송에 대해 소 취하에 버금가는 결론을 내라는 것이었다”면서 “경찰이 어떻게 소송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상희 변호사는 “세월호 추모 집회 소송은 경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시민사회단체에 잇따라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가운데 가장 부담이 없이 조정에 응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마저 끝까지 승패를 가리자는 태도여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의견을 내 (국가가) 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낸 것은 사실”이라며 “진행 중인 소송과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KBS 간부들, ‘윤석열 내란 다큐’ 방영 직전까지 “파우치 대담 빼라” 1.

KBS 간부들, ‘윤석열 내란 다큐’ 방영 직전까지 “파우치 대담 빼라”

윤석열 2일차 조사 무산…공수처에 불출석 재통보 2.

윤석열 2일차 조사 무산…공수처에 불출석 재통보

[단독] 윤 쪽, 체포적부심에 “비무장 출동, 부상 없어 국헌문란 아냐” 3.

[단독] 윤 쪽, 체포적부심에 “비무장 출동, 부상 없어 국헌문란 아냐”

최대 개신교 단체, 내란 첫 언급…“헌재, 국민 불안 않게 잘 결정해달라” 4.

최대 개신교 단체, 내란 첫 언급…“헌재, 국민 불안 않게 잘 결정해달라”

윤석열·김용현 ‘국회활동 금지’ 포고령 두고 서로 ‘네 탓’ 5.

윤석열·김용현 ‘국회활동 금지’ 포고령 두고 서로 ‘네 탓’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