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며 편파수사를 항의하는 시위대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1번 출구 일대에 ‘생물학적’ 여성 수만명이 다시 모였다. 인터넷 카페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3차 집회다. 주최 쪽은 연단에 서서 “1차, 2차 여성시위 역사상 어마어마한 인원이 모여 (불법촬영을) 규탄했음에도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리의 목소리가 청와대에 들릴 때까지 외치자”고 말했다.
이번 시위에는 저녁 6시 기준으로 주최 측 추산 6만여명(경찰추산 1만8000여명)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주최 쪽의 추산이 맞다면, 이날 집회는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열린 국내 시위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서 5월19일 열린 1차 집회에선 1만2000여 명이, 지난달 9일 2차 집회에는 2만2000명이 모인 바 있다. 이날 경찰은 이화사거리부터 혜화역 1번 출구까지 약 800m 구간의 도로 일부를 통제하고 경력을 배치했다. 주최 쪽은 집회 시작 1시간만인 오후 4시께에 2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광주, 부산 등에서 버스를 대절해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1, 2차 시위 때와 동일하게 붉은색 옷을 입고 집회에 참석했다. 참가 자격도 ‘생물학적 여성’으로, 앞선 시위와 동일했다. ‘우리의 일상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촛불시위 혁명이고 혜화시위 원한이냐’ 같은 손팻말을 든 이들은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여성유죄 남성무죄”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공권력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자칭 페미 대통령 문재인은 지금 당장 제대로 된 응답 하라”, “페미 공약 걸어놓고 당선되니 잊은 거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성차별 편파수사’라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남성 가해자의 경우 엄벌이 가해지는 비율이 더 높았다”고 언급한 데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또 “이철성 (전 경찰청장) 명예퇴임 웬 말이냐”, “민갑룡 경찰청장 또 남자냐”라며 “여성청장 임명하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연단에서 긴 머리카락을 단발로 자르거나 삭발하는 등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퍼포먼스 등을 벌인 뒤 저녁 7시께 해산했다. ‘불편한 용기’는 앞서 인터넷 카페에서 3차 시위를 위해 모금을 진행하면서 “남는 금액은 다음 시위에 쓰겠다”고 밝히는 등 4차 시위를 예고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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