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세월호 증·개축 과정에서 안전검사를 부실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선급 선박검사원에게 업무방해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유죄로 판단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4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한국선급 목포지부 소속 선박검사원 전아무개(38)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전씨는 2012년 10월~2013년 2월 세월호 도입 및 증·개축 공사와 관련해 선박 정기검사를 하면서 경사시험 결과서, 점검 체크리스트, 검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전씨가 선박복원성 관련 경사시험에서 탱크별 용량·탑재물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4층 여객실 출입문 증설 및 위치 변경과 5층 전시실 대형 구조물 신설 등 승인 도면과 다른 공사를 제지나 시정 조처 없이 방치했다고 판단했다. 전씨는 또 선미 램프의 밀폐성을 확인하지 않았으며, 강하식 탑승장치의 정비기록을 제출한 정비업체가 우수 정비사업장인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허위 보고서를 낸 혐의도 받았다.
당시 세월호는 증·개축으로 무게중심이 51㎝나 올라갔지만, 별다른 제한 없이 여객운행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1·2심은 부실 검사에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원심 재판부는 “당시 작성된 경사시험결과서 등의 기재 내용이 허위라고 인식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찰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면서, “전씨의 지위와 경력, 선박검사의 취지와 업무구조, 업무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전씨가 각종 검사결과서 등을 허위 제출함으로써 한국선급의 선박검사 관련 업무가 방해되거나 업무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충분히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만 5층 전시실 증축 검사와 관련한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고의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선박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선박검사 업무와 관련해 선박검사원이 준수해야 할 각종 규정 등을 둔 이유는 검사의 정확성과 신빙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규정이 정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검사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지킨 것처럼 제출한 허위문서를 제출한 것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필적 고의도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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