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가지 핵심판단 반복될지 주목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심선 위력 존재-행사 기계적 분리”
대법 판례는 “여러 상황 종합 판단”
적극 해석 땐 ‘존재=행사’ 유죄 가능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16일 “(1심에서) 위력적 지위와 그 위력의 행사를 떼어서 보는 것 자체가 기계적 논리”라고 비판했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안 전 지사가 성관계를 시도하기 전 “씻고 오라”고 말한 것 자체를 ‘위력 행사’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폭력 전담 재판부 경험이 있는 한 지법 부장판사는 “성인의 경우엔 특별히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으면 ‘위력’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 위력의 범위가 너무 확대되면 ‘직급 차이’만으로도 모든 성관계가 문제될 수 있다. 경계 판단이 쉽지 않다”고 했다. ■ ‘피해자다움’ 논란 1심 재판부는 처음 ‘성관계’가 이뤄진 “당일 저녁 피해자가 안 전 지사와 와인바에 간 점”, “지속적으로 피고인을 지지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점” 등을 눈여겨봤다. 반면 “간음 피해를 잊고 수행비서로서 일하려 한 것”이라는 피해자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성폭력 피해자라면 ‘당연히’ 느껴야 할 고통과 분노 등 ‘피해자다움’이 보이지 않는다는 논리다. ‘피해자다움’ 또 적용할까
“사후행위로 성폭력 따지는 건 부당”
세세한 지시 따르는 수행비서 업무
전체구도 고려 땐 판단 바뀔 수도 법조계 일부에선 개별적인 사후 행위를 근거로 ‘사전 행위’인 간음의 범죄 성립 여부를 따지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지적한다. 한 지법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 전체적인 구도를 보느냐, 세밀한 증거를 따져보느냐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인이나 사이비 교주 등 ‘생사여탈권’을 쥔 사람의 성범죄로 본다면 큰 틀에서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피해자가 왜 호텔방에 들어갔는지 등을 따지기 시작하면 무죄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피해자다움’이 있었는지 주목하지 않고, “맥주를 가져오라”는 도지사의 세세한 지시까지 따라야 하는 ‘수행비서의 처지’를 더 주목한다면 판단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형사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관계자는 “1심 무죄 취지는 ‘위력 행사’의 유무가 아니라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비동의 간음죄’를 처벌하는 ‘노 민스 노’ 룰이 있었더라도 안 전 지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라고 짚었다. 고한솔 김민경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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