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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무고’ 성폭력 피해자 “검찰, 가해자 주요 증거 법원에 제출 안해”

등록 2018-08-17 18:24수정 2018-08-17 21:03

검찰이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무고죄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유리한 주요 증거를 은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현정씨 변호인과 전국미투생존자연대 등 여성단체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성폭력 가해자에 관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은닉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측 말을 들어보면, 한국방송(KBS) 임시직으로 일하던 부현정씨는 2014년 5월 직장 상사에게 강제 키스를 당한 뒤 그를 강제추행죄로 고소했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직장 상사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고 부씨는 이듬해 무고죄로 고소를 당했다.

그러나 변호인측 주장에 따르면 검찰은 부씨의 무고죄를 다루는 재판 과정에서 부씨에 유리한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변호인측 주장을 들어보면, 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 두 건(2014년 6월11일·6월27일 작성)에는 ‘부씨와 키스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직장 상사의 진술이 담겼다. 그해 10월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부씨가 제게 자연스럽게 다가와서 입을 맞췄다’는 전혀 다른 진술이 담겼다. 하지만 검찰은 직장 상사의 진술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 두 건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김용원 변호사는 “두 건의 자료를 보면 가해자가 진술을 180도 바꾼 정황이 드러난다. 가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증명해 무고죄로 내몰린 부현정씨의 무죄와 강제추행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임에도 그 증거가 검찰에서 은닉됐고 법원에 제출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자료 제출을 하지 않는 동안, 부씨는 무고죄로 1심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단을 받았다. 2심에서 항소가 기각돼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변호인측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 피고인에 유리한 증거든, 불리한 증거든 법원에 반드시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대법원에 즉시 관련 증거를 제출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죄 전과자로 전락시키는 일에 검찰이 적극 가담·방임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2차 피해를 당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날 부씨를 대리하는 변호인측은 대검찰청에 항의서한을 접수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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