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집회에서 임신중단 약물 복용 퍼포먼스
“한 시간에 임신중절 하는 여성 125명, 낙태는 죄가 아니다”
안전한 임신중단을 요구하는 여성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임신중단 약물인 ‘미프진’을 먹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임신중단은 기본권이다, 나의 몸은 불법이 아니다!”
검은 옷을 입은 125명의 여성이 똑같이 생긴 약 상자를 받아들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임신중단 약물인 ‘미프진(미페프리스톤)’이고, 일부는 미프진과 비슷하게 생긴 비타민이다. 사회자가 “약을 입속에 넣어달라”고 하자 이들은 모두 알약을 혀 밑에 넣고 녹였다. 주최 쪽은 이런 퍼포먼스를 계획한 이유에 대해 “임신중단은 감춰야 할 일도, 죄도 아니다”라며 “미프진의 존재를 알리고 국내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했다.
임신중단이 불법인 나라에 안전한 임신중단 약물을 공급하는 ‘위민 온 웹’과 페미니즘 도서 출판사 ‘봄알람’, 낙태죄 폐지에 목소리를 내온 단체 ‘페미당당’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나의 몸은 불법이 아니다-지금 이 자리, 임신중단 치외법권’ 집회를 열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임신중단 125인 선언’을 읽으며 “누구나 안전한 임신중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임신중단은 금기도 죄악도 아닌데, 사회는 임신중단을 ‘문란한’, ‘미혼’ 여성만 하는 것이라 말하며 임신을 여성이 짊어져야 할 형벌로 치부한다”며 “그러나 임신중단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행해진 수술로 수많은 보통의 여성들이 다양한 이유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단체는 ‘형법 제269조 낙태죄를 폐지하라’, ‘누구나 안전한 임신중단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임신중단권을 보장하라’, ‘초기 임신중단 약물인 미프진을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안전한 임신중단을 요구하는 여성들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며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한국에서 불법인 미프진을 공개적으로 복용하는 퍼포먼스를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미프진은 초기 임신중단 약물로 ‘위민 온 웹’이 임신중단이 불법인 나라에 공급하는 약물이다. 겉으로 봐서 어떤 알약이 미프진이고 비타민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누가 미프진은 복용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주최 쪽은 “실제 미프진을 먹은 사람은 활동가로 해당 활동가가 정말로 임신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위법이기 때문에 미프진을 먹었다고 낙태죄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언문에서 “초기 임신중단약은 국내에 도입되어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런 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해 미프진의 도입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활동가와 행사 전 인터넷으로 퍼포먼스 참여를 신청한 여성 125명이 모였다. 125명의 자원가를 받은 데 대해 주최 쪽은 “의료계는 하루에 임신중단을 선택하는 한국 여성 수를 3000명으로 추정하는데, 이를 24시간으로 나누면 125명이다. 한 시간 동안 임신중단을 하는 여성 125명을 대변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참가자의 자유발언을 듣고 선언문을 읽은 뒤 125명의 임신중단 여성의 목소리를 한 시간 동안 대변한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