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 등에 대해 수사를 해온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의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일당의 포털 댓글 추천수 조작 의혹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사건 은폐 시도 관련 의혹 수사를 검찰 몫으로 넘겼다.
지난 24일 김경수 경남지사 등을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의 공범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한 허익범 특검팀이 27일 80여일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특검팀은 ‘곁가지수사’ 비판이 일었던 송 비서관 의혹 사건을 검찰에 이관한다고 밝혔다. 송 비서관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였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2013년 별세)이 소유했던 시그너스컨트리클럽에서 불법 정치자금 2억8000만원(2010년 8월~2017년 5월)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송 비서관이 드루킹 쪽으로부터 간담회 명목의 사례금 200만원을 수수한 경위를 계좌추적 등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장기간에 걸쳐 정기적인 금액의 입금 사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12일 송 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었지만, 송 비서관은 이 부분에 대해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드루킹 김씨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과 관련성을 확인했으나 관련성이 발견되지 않아 더 이상 특검의 수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검찰로 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송 비서관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 관련 수사는 대표적인 ‘곁가지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검법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사건’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송 비서관이 드루킹 일당 등과 접촉하기 한참 이전인 2012년부터 받은 급여까지 관련 사건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를 두고 공방이 계속돼 왔다.
특검팀은 또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드루킹 일당의 인사청탁 관련 사안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검찰 수사 못으로 남겼다. 백 비서관은 지난 3월21일 드루킹 김씨가 김경수 지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경공모 회원 도아무개 변호사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이틀 뒤인 3월23일 청와대 연풍문에서 1시간 가량 면담했다.
특검팀은 백 비서관이 도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한 시점이 경공모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당일이고, 면담 역시 김씨 등이 구속된 당일이라는 점에 주목해 백 비서관을 지난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백 비서관이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김 지사 관련 의혹을 은폐하려 했다고 의심했지만, “백 비서관, 도 변호사, 인사 관련 청와대 관계자의 각 진술 결과 인사 청탁 관련 사안 은폐 시도에 대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도 “면담에 관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특검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특검팀 수사의 ‘본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인사 청탁 사안을 은폐했다는 의혹은 특검팀 스스로 규명해야 할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직권남용 혐의 가능성’을 이유로 검찰로 넘겨 정치적 불씨를 남겨뒀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