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세월호 참사 범국민 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물대포와 최루액을 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국가의 세월호 집회 주최 쪽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이 금전 배상 없는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3일 마무리됐다. 앞서 경찰은 2015년 4월18일 세월호 추모 집회 등에서 경찰 장비가 파손되거나 경찰관들이 다쳤다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이 포함된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집회 주최 쪽 등을 상대로 7780여만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그해 7월27일 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민사88단독 황혜민 판사는 지난달 20일 국가가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집회 주최 쪽은 경찰관의 피해 등에 대해 유감을 밝히는 방향의 강제조정안을 제시했다. 금전 배상은 조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민사소송에서는 법원의 강제조정안이 제시된 뒤 2주 동안 양쪽의 이의제기가 없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이날 2주일의 이의제기 기간이 끝났지만 양쪽의 이의제기가 없어서 당초 조정안이 확정된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 등을 대리하고 있는 이상희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5월 헌법재판소에서) 최루액 혼합 살수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온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집회에서도 혼합 살수가 있었고 불법적인 경찰권 남용이라는 점이 드러나 조정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이 집회 주최 쪽에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은 총 세월호 추모 집회를 비롯해 6건에 이른다. 쌍용차 파업(청구금액 16억6961만원),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5억1709만원), 한진중공업 희망버스(1529만원),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3억8667만원) 등이 그 대상이다. 앞서 경찰 개혁위원회는 국가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서는 신중히 고려하고 기왕 제기된 소송의 취하도 검토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거나 법원의 조정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이 이번 조정안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것은 다른 손해배상 소송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경찰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헌재 결정 이후 피고 쪽도 경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등을 주장했었다. 이번 강제조정안의 경우 양쪽이 모두 민사소송을 하지 않는 방식이었고, 피해를 본 경찰에 대한 유감 표명이 명시된 점 등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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