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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평화’ ‘통일’ 설렘 가득한 동대문…“오늘 메뉴는 평냉이죠”

등록 2018-09-18 16:19수정 2018-09-18 22:22

프레스센터 설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근처 평양냉면집 손님 늘어 북적북적
동대문 인근 직장인 화제도 “평화통일”
내외신 900여명 두 정상 만남에 환호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너편에 있는 밀리오레 쇼핑몰 앞에 걸린 대형 걸개그림. 10살때 부모님 손을 붙들고 서울로 왔다는 실향민 정금옥씨가 북녘에 남은 오빠에게 안부를 전하는 모습이다. 중구청 제공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너편에 있는 밀리오레 쇼핑몰 앞에 걸린 대형 걸개그림. 10살때 부모님 손을 붙들고 서울로 왔다는 실향민 정금옥씨가 북녘에 남은 오빠에게 안부를 전하는 모습이다. 중구청 제공
“동생아! 오늘은 내 고향 북녘 하늘도 더없이 맑겠구나” “오라버니! 바람과 구름에 실어 안부 전해드려요”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가을 하늘을 닮은 파란 바탕의 대형 걸개그림이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프라자(디디피) 앞 거리를 수놓았다.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의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디디피의 길 건너편에 위치한 두산타워, 밀리오레 등 대형 쇼핑몰 건물에는 실향민들의 염원이 세일 정보 대신 자리 잡았다. 걸개그림에는 서울에 살고 있는 실향민들이 직접 등장해 북녘에 있는 가족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그 가운데 한 명은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태어난 정금옥(81)씨다. 1947년 10살 소녀 시절 부모님과 함께 북한에서 서울로 내려온 정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난 정상회담 내내 너무 긴장돼서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씨는 남쪽으로 내려올 당시 이미 가정을 꾸린 큰 오빠, 작은 오빠와 이별을 해야 했다. 정씨는 “오빠는 살아 있는 건지, 조카는 만날 수 있는지, 하루종일 심장이 떨려 죽겠다”며 “잃어버린 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염원했다.

디디피 안쪽에는 정씨 만큼이나 남북 정상의 만남을 고대하는 내·외신 취재진들로 가득찼다. 문재인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 도착한 오전 10시부터 남북 정상이 만나기까지 900여명 내·외신 기자들의 눈은 프레스센터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고정돼 있었다. 특히 오전 10시7분께 순안공항의 ‘국내항로 출입구’ 문이 열리고 검은 인민복 차림에 ‘트레이드 마크’인 호피무늬 안경을 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등장’에 프레스센터는 다시 술렁였다. 긴장감이 가득했던 기자들의 표정에도 화색이 돌았다. 역사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를 모두 꺼내 차례로 김 위원장의 모습을 담는 외신기자들의 모습도 눈에 띠었다. 주요 내·외신에 ‘두 정상, 평양에서 만나다’ 1보 기사가 타전되던 순간이었다.

외신기자들은 두 정상의 세번째 만남이 여전히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중국국제라디오방송국(CRI)의 리디 장 기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짧은 시간 모두가 두 정상의 만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장 기자는 “김 위원장의 공항 영접이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등장했을 때 놀랍고 기뻤다”면서 “모든 기자들이 숨죽여 지켜보게 하는 만남이었다”고 감탄했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 피가로>의 세비스티앙 팔레띠 기자도 “여전히 상징적이고 인상적인 만남이었다. 이에 걸맞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에 두 정상의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18일 낮 12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만난 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평양 냉면집은 손님들로 붐볐다. 임재우 기자
18일 낮 12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만난 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평양 냉면집은 손님들로 붐볐다. 임재우 기자
남북 정상의 첫 만남이 공개된 뒤 점심 시간, 디디피 근처에 있는 서울 중구 평양면옥은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손님으로 빼곡했다. 평양면옥 관계자는 “평소보다 손님이 20%는 더 많은 것 같다”며 “정상회담 덕분에 찾아온 시민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명숙(52)씨는 “오늘은 정상회담 날이어서 그런지 더 맛이 좋은 것 같다”며 “정상회담이 잘 끝나서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먹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원들과 함께 ‘평냉’을 먹었다는 이계방 한국석유유통협회 부회장은 “오늘 남북정상회담이이서 평양냉면 먹기 좋은 날이라는 이야기를 나눈 참”이라며 “사업하는 입장에서 ‘평화는 경제다’라는 말이 참 와닿는다”고 말했다.

점심식사 뒤 커피숍을 찾은 직장인들의 화제 역시 ‘정상회담’이었다. 직장인 조주현(30)씨는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정상이 다시 한 번 만나는 뜻깊은 순간”이라며 “이번 회담에서는 외교적인 사안들이 구체화 돼서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직장인 김명철(31)씨도 “남북이 오래 단절됐는데 해결의 실마리가 구체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 기쁘다”며 “통일이 돼서 북한을 통해 러시아, 유럽까지 여행을 가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디디피 인근 상점들도 모처럼 활기를 띠는 모습이었다. 디디피에서 수공예품 판매를 준비하던 박혜정씨는 “정상회담이 꼭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며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지 않겠냐”고 통일을 염원했다. 디디피에 쇼핑을 왔다는 직장인 김소영(28)씨는 “오전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이제 서로에게 익숙해진 모습도 보이더라”며 “남북 정상의 만남이 ‘익숙’을 넘어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지담 임재우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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