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8월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변호인들이 항소심 첫 재판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해도 성폭력은 별개의 문제”라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주장했다. 안 전 도지사는 수행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으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홍동기)는 21일 안 전 도지사의 첫 항소심 재판을 열고 검찰의 항소이유와 변호인의 주장을 들었다. 검찰은 “이 사건의 본질은 권력형 성폭력”이라며 “원심은 이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판단 못 했고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해 엄정한 심리를 통해 상응하는 죄를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피고인의 위력이 간음, 추행에 행사되지 않았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원심 판단은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을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하고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 크다고 해서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는지 엄격하게 판단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해도 성폭력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한 안 전 도지사는 변호인과 같은 입장인지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안 전 도지사는 재판 시작 전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안하다”고만 말하고 답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후 재판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날 비공개 재판에서는 피해자인 수행비서 김지은씨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에 네 차례 비공개 재판 뒤 2019년 2월1일 2심을 선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안 전 도지사의 재판이 열린 서울법원 종합청사 312호 옆 311호에서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재판이 열렸다. 김 도지사는 안 전 지사와 함께 법정에 선 심경을 묻자 “저도 제 재판 받기 바쁜 사람”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