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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동국대 여학생회 임원 찍혔다” 불법 촬영물 유통…여학생회, 법적 대응

등록 2019-01-01 15:03수정 2019-01-01 21:27

폐지 투표 가결로 사라진 동국대 총여, 마지막 공론화
“총여 임원 찍힌 영상 있다는 불법촬영 영상물 26건 발견”
지난해 활동한 동국대 31대 총여학생회 로고. 동국대는 지난해 11월 총여 폐지 투표가 가결돼 올해부터는 총여가 없다. 동국대 총여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해 활동한 동국대 31대 총여학생회 로고. 동국대는 지난해 11월 총여 폐지 투표가 가결돼 올해부터는 총여가 없다. 동국대 총여 페이스북 갈무리.
웹하드 사이트에 동국대 총여학생회(총여) 임원을 지낸 학생의 모습이 찍혀 있다는 거짓 정보를 담은 불법촬영 영상물이 수십 건 올라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총여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동국대 총여는 지난해 11월 폐지 투표가 가결돼 올해 사라지게 된다.

동국대 마지막 총여학생회장을 지낸 윤원정씨는 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20일 제보를 통해 한 성관계 영상이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를 사칭하여 업로드되어 있음을 인지했다”며 “해당 영상이 현재 웹하드 등 온라인에서 26곳이나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해당 영상물 속의 인물은 총여 임원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불법 촬영물로 의심된다”며 “이 문제에 대해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국대 총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를 사칭한 사이버성폭력 사건에 대하여’라는 입장문을 올렸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제31대 총여학생회는 해당 영상이 불법 촬영물로 의심된다는 점, 총여학생회 임원임을 암시하는 제목이 매우 악의적이라는 점, 아직까지도 사이버 성폭력을 대하는 태도가 미숙한 학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퇴임과 동시에 마지막 공론화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썼다.

이들은 이어 “한 사이트에는 불법 촬영물을 포르노로써 평가할 수 있는 ‘좋아요’와 ‘싫어요’ 버튼이 있었는데 증거를 수집하는 1~2시간 동안 그 숫자가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다수와 싸우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며 “피해자가 맞서야 하는 사람은 그렇게나 많고 피해자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사람은 이들(총여)뿐인 상황에서, 불법 촬영물을 보는 사람은 ‘일부’라며 여성주의 단체를 공격하는 행동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제 총여학생회가 하고 있던 일, 하려 했던 일은 누가 책임지고 해낼 것인가? 총여학생회가 없는 때엔 무엇을 할 것인가? 모두 이 물음에 답할 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이번 총여 임원 사칭 불법촬영 영상물 게재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러한 사건의 경우 영상을 올린 사람에게 제목에 적시된 이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영상을 누구나 다 공개적으로 볼 수 있는 사이트에 올렸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 불법촬영 영상물이라면 성폭력특별법 위반 등 혐의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동국대 총여 입장문 전문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를 사칭한 사이버성폭력 사건에 대하여

※ 영상을 찾기 위해 검색하지 말아주십시오. 불법촬영물을 보는 것 또한 성범죄에 가담하는 일입니다.

지난 20일, 개인적인 제보를 통해 한 성관계 영상이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를 사칭하여 업로드되어 있음을 인지했습니다. 피촬영자는 총여학생회 집행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제목은 피촬영자가 총여학생회 임원임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4일, 에브리타임에 이를 알리는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되었습니다. 어떤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왜 삭제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피해자를 특정하기 위해 신상을 찾아보았다거나 불법촬영물을 두고 ‘야동’이라고 표현하는 등 사이버 성폭력에 대해 무지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제31대 총여학생회는 해당 영상이 불법촬영물로 의심된다는 점, 총여학생회 임원임을 암시하는 제목이 매우 악의적이라는 점, 아직까지도 사이버 성폭력을 대하는 태도가 미숙한 학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퇴임과 동시에 마지막 공론화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올해 2월 재유포되었던 화장실 불법촬영물 증거 수집 이후 10개월 만에 불법촬영물이 올라오는 사이트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왜 몇 년 전에 촬영된 영상이 다시 유포되는지 알 수 없었으나, 지금은 그것이 웹하드 카르텔의 작동이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껏 여성들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 성폭력 피해자가 되어온 구조를 파헤쳤습니다. 그러나 10개월 만에 들어간 그곳은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모든 게 피촬영자의 촬영 및 유포 허가를 받고 업로드되었는지 알 수 없는 영상이었으며 여전히 사이버성폭력의 온상지였습니다.

총여학생회를 사칭한 불법촬영물의 모든 것이 추악했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의 몸을 공공재처럼 다루며 여성의 성을 도구화합니다. 공공 화장실을 비롯한 많은 공간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렇게 불법적으로 촬영된 영상을 ‘야동’이라 칭하며 포르노로 소비합니다. 여성이 얼마나 자신에게 성적 어필이 가능한지 점수매기고 모욕합니다. 이런 사회에서 이번 일은 놀랍지 않았습니다. 단지 ‘성관계 영상이 유출되었으니 피해자의 인생은 끝났다’, ‘페미니스트가 설쳐봤자 모욕하고 통제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의 제목들을 통해 한 가지가 자명해졌을 뿐입니다. 그 동안 페미니즘과 총여학생회를 향하던 공격은 결국 이런 속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고상한 말로 치장하고 근거를 제시하고 논리를 전개해도 그 근저에는 혐오가 가득했습니다.

어느 사이트에는 불법 촬영물을 포르노로써 평가할 수 있는 ‘좋아요’와 ‘싫어요’ 버튼이 있었습니다. 증거를 수집하는 1~2시간 동안 그 숫자가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다수와 싸우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트에서 마주친 것은, 동의 없이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 피촬영자의 허락 없이 영상을 유포하는 사람, 다른 사이트에 불법 촬영물을 퍼 나르는 사람, 불법 촬영물을 평가하는 사람, 불법 촬영물을 다운로드 해 가는 사람, 불법 촬영물을 시청하는 사람, 불법 촬영물을 ‘야동’이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도움을 받기 위해 찾은 피해자 지원 센터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총여학생회의 페이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욕설이 빗발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맞서야 하는 사람은 그렇게나 많고 피해자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사람은 이들뿐인 상황에서, 불법 촬영물을 보는 사람은 ‘일부’라며 여성주의 단체를 공격하는 행동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이런 사회에서, 총여학생회의 폐지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습니까? 이제 총여학생회가 하고 있던 일, 하려 했던 일은 누가 책임지고 해낼 것입니까? 총여학생회가 없는 때엔 무엇을 할 것입니까? 모두 이 물음에 답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물음에 대해 고민하기 전에,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준비하기 전에 총여학생회를 폐지하는 것은 결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제31대 총여학생회 무빙은 전 대표로서 학내 페미니스트와 총여학생회 회원을 모욕하고, 불특정한 여성에게 폭력을 가한 이번 일에 법적으로 강경히 대응할 것입니다. 우리의 기구가 사라지고 우리를 저열하게 모욕해도 우리의 투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성을 멸시하고 혐오하고 통제하려는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2018.12.31.

동국대학교 제31대 총여학생회 ‘무빙’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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