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지도자에게 절대복종하는 권력관계가 체육계 성폭력 낳았다”

등록 2019-01-10 13:18수정 2019-01-10 21:43

문화연대 등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외부 기관이 폭행 제재하는 시스템 필요” “대한체육회가 책임져야”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체육계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및 체육계 성폭력 문제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체육계 성폭력 침묵의 카르텔을 끝장내자!”고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체육계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및 체육계 성폭력 문제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체육계 성폭력 침묵의 카르텔을 끝장내자!”고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 선수가 2014년부터 4년 동안 쇼트트랙 국가대표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한 가운데, 조 전 코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체육계와 문화계 인사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문화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젊은빙상인연대, 체조협회임원 김아무개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등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 및 대책 마련, 외부 기관이 주도하는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에 대한 전수조사, 빙상연맹과 대한체육회 등 기관 책임자들의 사퇴,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등 신고체계 개혁을 요구했다.

_________
선수와 지도자의 절대적 복종 권력관계의 문제

이들은 우선 이번 사건이 선수와 지도자 간의 절대적 복종이라는 권력관계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폭행 사실을 알리면 선수생활 끝’이라는 협박에 국가대표 선수로서 삶에 불이익이 생길까 봐 두려워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아무도 심석희 선수를 도와주지 못하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 체육계”라는 지적이다. 허현미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선수가 피해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고 은폐하는 것은 (선수가 갖고 있는) 체육계 목표, 향후 지도자로서의 길 등 생존권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정희 문화연대 공동대표는 “운동선수가 체육계를 벗어나면 인간으로 살 수 없게끔 생각하게 만드는 체육계 내 지도자의 권력이 성벽처럼 쌓여 있다”고 비판했다. 정용철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선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코치와 감독,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차단된 폐쇄적인 합숙소와 훈련장, 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 묵인, 방조, 심지어 공조하는 침묵의 카르텔 때문에 그동안 스포츠계의 미투에는 미(Me)만있고 그에 따라오는 투(Too)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빙상 선수와 지도자 등과 연대해 체육계 내 성폭력 피해 선수를 지원하고 있는 여준형 젊은비상인연대 대표 또한 “피해 선수들은 (폭행이나 성폭행을) 참으면 그 다음 편하게 운동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참고 지나간다”며 “가해한 코치나 임원들이 죄의식 없이 계속 지도자 생활을 하고 연맹에 남아있는 현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 대표는 또 신고센터 등 문제 해결 기구가 있지만 유명무실한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신고센터에 신고해도 그 안에서 모든 걸 쉬쉬하면서 덮으려는 걸 봤다”고 말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또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신고 센터만 만들 게 아니라 제3의 기관에 감사를 맡겨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조치를 해야 한다”며 “여성 선수들이 더 이상 용기 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지 않아도 말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체육계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및 체육계 성폭력 문제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체육계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및 체육계 성폭력 문제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_________
성폭력 사건 서로 떠넘기기 하는 체육계와 법조계

성폭력 사건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는 체육계와 법조계의 안이한 인식도 문제를 은폐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함은주 문화연대 공동대표는 “체조협회 성폭행 사건의 재발 방지와 피해자 지원 등 컨설팅을 하러 대한체육회에 간 적이 있는데 체육계는 해결책이 제대로 나올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 공동대표는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는 법적 제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가해 지도자에게 징계를 주기 어렵다고 하고, 법원에서는 협회나 단체에서 공식적인 징계가 나오지 않았는데 어떤 증거 자료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냐는 입장이었다”며 “외부 기관에서 폭행을 제재할 시스템이 없으면 지금 사태가 반복된다. 제3단체로서 이런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스포츠윤리센터가 조속히 설립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은 대한체육회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용철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학교 체육에 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무기관은 사실상 대한체육회”라며 “체육 현장에 선수, 지도자를 관리하는 대한체육회의 책임이 더 크다. 대책 강구 이전에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8일 대한체육회에서 지난해 국가대표 선수의 성폭력 경험 비율이 1.7%라는 보도자료를 내놨는데, 이는 1.7%의 뒤에 수많은 피해 선수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며 “1.7%라는 숫자만 보고 ‘우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대한체육회의 현실인식이 매우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문화연대 등 이번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은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칭)을 구성하고 심 선수와 ‘스포츠 미투’를 응원하는 대중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성폭력을 방조하는 ‘체육계 침묵의 카르텔’을 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1.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그럴거면 의대 갔어야…건방진 것들” 막나가는 의협 부회장 2.

“그럴거면 의대 갔어야…건방진 것들” 막나가는 의협 부회장

폭염 요란하게 씻어간다…태풍 풀라산 주말 강풍, 폭우 3.

폭염 요란하게 씻어간다…태풍 풀라산 주말 강풍, 폭우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4.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72살 친구 셋, 요양원 대신 한집에 모여 살기…가장 좋은 점은 5.

72살 친구 셋, 요양원 대신 한집에 모여 살기…가장 좋은 점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