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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빙상 성폭력’ 징계 가장 많았는데…보고서엔 ‘피해자 0명’

등록 2019-01-11 21:25수정 2019-01-11 21:32

대한체육회 못 믿을 실태조사
5년간 징계 16건 중 빙상이 5건
4명 영구제명·1명 자격정지

작년 피해 실태조사 보고서엔
국가대표 631명 중 1.7% 답했지만
심석희 고발한 빙상 종목은 물론
‘성폭행 피해 보고’ 한 건도 없어

피해 규모 줄었다고 발표됐어도
공개 꺼리는 ‘암수지수’ 반영하면
“현장 성폭력 16배 이상 추정”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체육계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및 체육계 성폭력 문제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체육계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및 체육계 성폭력 문제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5년간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가운데 대한빙상경기연맹(빙상연맹)이 성폭력 사건으로 인한 징계를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대한체육회가 조사한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빙상종목 국가대표 선수의 피해 건수는 0이었다.

■ 성폭력 징계 총 16건 중 빙상이 5건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대한체육회한테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징계현황 자료’를 보면, 성폭력 관련 징계 총 16건 가운데 빙상연맹이 5건이었다. 가해자 5명 가운데 4명은 영구제명됐으며, 1명은 자격정지 3년을 받았다. 5건은 최근 문제가 된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대한스키협회와 대한테니스협회도 각각 3건의 징계를 받았다. 성폭력 사건으로 지도자나 선수가 징계를 받은 종목단체는 모두 8곳이다.

성폭력 징계 16건 가운데 미성년자가 피해자인 사건도 2건 있었다. 대한볼링협회 소속의 한 고등학교 코치는 전지훈련과 대회 기간에 제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 영구제명됐다. 대한테니스협회 소속의 한 초등학교 코치도 과거에 제자한테 성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지난해 제명됐다.

성폭력뿐만 아니라 폭력과 폭언으로 징계를 받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대한축구협회 등 30개 단체가 지난 5년간 총 124건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징계를 받은 단체는 축구협회(53건)였고, 빙상연맹(8건)과 대한복싱협회(7건)가 뒤를 이었다.

김영주 의원은 “초등학생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모든 나이대에서 훈련과정과 대회 기간을 가리지 않고 폭력 행위가 발생했다”고 비판하면서 “체육계의 폐쇄적인 특성을 고려하면 피해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빙상 국가대표 35명 성폭행 피해 설문에 전원 ‘없다’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을 폭로한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피해 사실은 최근 대한체육회가 내놓은 ‘2018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실제 보고되는 피해 건수와 달리 선수들이 밝히기를 꺼려 알려지지 않은 ‘암수범죄’ 변수가 있는데다 설문조사에서 대상 선수들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식 통계보다 스포츠 현장에서 이뤄지는 성폭력은 최대 16~17배 늘어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창훈 한남대 산업협력단 교수는 “지난해 여름 시작한 조사에서 빙상 종목에서는 45명의 국가대표 가운데 35명한테 설문 응답을 받았다. 성폭행 부분에 대해서는 빙상 선수들이 피해를 호소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회 흐름에 따라 변화한 성폭력 인식을 반영해 사소한 성희롱 행동까지 조사 범주에 포함했으나 과거 보고서와 일관된 비교 잣대를 위해 (집계에서는) 뺐다. 그런 부분을 포함하면 전체 성폭력 피해 건수는 훨씬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범죄학 전문가를 동원한 이번 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남녀 국가대표 선수 631명 가운데 성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7%였다. 중복 응답을 포함해 성희롱(7명), 성추행(4명)만 보고됐고 성폭행은 없었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실이 제공한 보고서를 보면, 국가대표가 아닌 초·중·고·대학·실업팀의 선수 1069명 가운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은 2.7%였다. 이들 가운데 성추행과 강간 피해를 묻는 항목에는 초등학생 4명을 포함해 9명이 피해 경험을 고발했다. 전체 9만7538명의 등록 선수를 모집단으로 표본을 설계한 것을 고려하면 지금도 2700명 정도의 일반 선수들이 지도자나 선배, 동료의 성폭력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2010년 성폭력 조사(26.6%) 때보다 2018년의 결과는 피해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돼 있지만, 피해 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암수범죄를 포함하면 훨씬 늘어난다. 성폭력의 경우 대개 실제 피해의 6%만이 보고되는 경향이 있다. 암수범죄 지수를 곱하면 성폭력 실제 규모는 조사 결과보다 16~17배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는 2년마다 작성되는데, 이번엔 국가대표와 일반 선수 9만7538명 가운데 1700명을 표본으로 조사했다. 또 지도자(292명)와 학부모(69명)가 설문에 응했다.

이창훈 교수는 “대한체육회가 관리하는 국가대표 선수들과 달리 일반 선수들은 관리가 더 허술해 심각한 폭력 환경에 노출돼 있다. 자녀의 체벌을 알고도 ‘필요한 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한 학부모가 절반을 넘은 것도 생각해볼 대목”이라고 했다.

박다해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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