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1심 무죄 뒤집어
징역 3년6개월 실형 선고
“김지은 진술 신빙성 있다”
공소사실 10건 중 9건 유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도지사 지위를 이용해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가 2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권력적 상하관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업무상 위력은 있었지만 행사되지 않았다’는 1심 무죄 판단을 모두 뒤집었다.
1일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홍동기)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및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간 아동·청소년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권력적 상하관계에 있어 피해자가 적극 저항하지 못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4차례 간음 등 모두 10건의 공소사실 중 2017년 8월 충남도청 집무실에서 발생한 강제추행을 제외한 9건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단에 앞서 가해자 중심 문화가 굳어진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반응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대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판례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유일한 직접증거인 피해자 김지은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성관계 뒤 김씨가 보인 행동이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안 전 지사 쪽 주장에 대해서는 “편협하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1심 재판부가 살펴보지 않았던 가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따진 뒤 “믿기 어렵다”고 했다. 위력의 존재와 행사를 나눠 판단했던 1심과 달리 현직 도지사이자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위력이 행사됐다고 봤다.
안 전 지사에 대한 유죄 선고가 나오자 법정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방청객 일부는 울음을 터뜨렸다. 피해자 김씨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지만, 재판이 끝난 뒤 변호인을 통해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판단해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 제가 받은 도움을, 힘겹게 홀로 증명해내야 하는 수많은 피해자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성폭력 피해자들께 미약하지만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 쪽 변호인은 “항소심 재판부는 진술의 일관성만을 가지고 판단한 것 같다. 상당히 잘못된 판결”이라며 상고할 뜻을 내비쳤다. 앞서 지난해 8월 안 전 지사의 1심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조병구)는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