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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19 한겨레] 선언문 곳곳 ‘결연한 기백’…왕정과 결별·새 국가 쟁취 선포

등록 2019-02-08 14:43수정 2019-02-08 22:00

[2·8독립선언 100돌]
일본의 조선 지배 부당성 공개적으로 천명
‘대낮에 일본 지배자 뺨 후려친 것’ 통쾌함
미국·영국에도 ‘합병 앞장’ 속죄 의무 강조
일제강점기 최초로 독립을 선언한 ‘2·8독립선언서’. 국가보훈처 제공
일제강점기 최초로 독립을 선언한 ‘2·8독립선언서’. 국가보훈처 제공

<편집자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 숨 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1919년 2월8일 경성/오승훈 기자】

“조선청년독립단은 우리 2천만 민족을 대표하여 정의와 자유의 승리를 얻은 세계만국 앞에 독립을 이룰 것을 선언하노라.”

일본 유학생들이 8일 동경에서 발표한 독립선언서는 우리 민족이 국권을 빼앗긴 이후 최초로 발표된 독립선언이라는 차원에서 ‘2·8독립선언’이라 부를 만하다.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부인 동경에서 대낮에 공개적으로 거사가 이뤄졌다는 것으로도 통쾌한 일이었다. 선언서에서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일제와 ‘영원한 혈전’을 벌인다고 다짐하는 등 청년들의 결연한 투쟁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식민통치에 신음하던 민중에게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독립될 새로운 국가는 민주주의를 지향할 것이라고 밝혀 왕정복고에 분명히 선을 그은 점에서 과거와 결별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청년들의 정신을 대변한다.

선언서는 본문과 4개항의 결의문으로 이뤄져 있는데 크게 4가지 요구로 구성돼 있다. △조선은 430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자주독립국가로서 이른바 한일합병은 조선인의 뜻에 어긋나는 것인 만큼 일본은 한국을 독립시킬 것 △미국과 영국은 일본의 한국 합병을 솔선해서 승인한 죄가 있으므로 속죄의 의무를 질 것 △이에 응하지 않을 때 우리 민족은 생존을 위해 자유행동을 취해 독립을 이룰 것 △앞으로 독립할 국가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르는 신국가로 세계 평화와 인류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 등이다.

외교적 독립 도모 넘어 “전쟁도 불사” 의지 피력

군주정 아닌 공화정 표방 국제평화주의 인식 담아

먼저 청년들은 일본의 식민지배를 ‘무단전제이자 부정하고 불평등한 정치’라고 규정했다. “조선인에게 참정권,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를 불허하고 신교(信敎)의 자유와 기업의 자유를 구속했으며 행정·사법·경찰 등 모든 통치기관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일본 ‘정복자’가 인권에 반하는 노골적인 민족 차별을 일삼고 있다”고 준열히 꾸짖었다. 이번 선언식이 ‘내지’ 한복판에서 백주에 공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조선인을 멸시하던 일본 지배자들의 뺨을 대낮에 후려친 것과 진배없다.

독립선언식이 거행된 일본 도쿄 간다구에 있던 조선기독교청년회관의 당시 모습. 한겨레 자료
독립선언식이 거행된 일본 도쿄 간다구에 있던 조선기독교청년회관의 당시 모습. 한겨레 자료
선언서에 딸린 결의문에서 “전항(前項)의 요구가 실패될 시는 우리 민족은 일본에 대하여 영원의 혈전을 선언함”이라고 피력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불법적인 한일합병을 인정할 수 없기에 우리 민족 대표기관을 통해 독립을 달성하되 외교적 수단을 병행하고 만약 그 뜻이 이뤄지지 않을 때는 일본과의 ‘전쟁’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이는 외교적인 방법으로만 조국의 독립을 도모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무장 투쟁으로 독립을 쟁취하겠다는 청년다운 기백에 다름 아니다. 강대국의 선의에 기대 독립을 구하는 것이 허망한 것일 수도 있음을 조국의 청년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편협한 민족주의에 매몰돼 있다고 보면 오산이다. 이들은 일본의 침략이 단지 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양의 평화를 위협하는 까닭에 독립을 선언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제 평화주의를 지향한다”는 이들은 “정의와 자유를 기초로 한 민주주의 선진국의 모범을 쫓아 새로운 국가를 건설한 뒤에는 건국 이래 문화와 평화를 애호하는 우리 민족이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문화에 공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 선언서는 추후 독립될 ‘새로운 국가’의 정치체제로 일인만을 위한 군주정이 아닌 만인을 위한 공화정을 표방했다. 청년들이 시대정신과 정세 변화에 조응하고 있음을 일깨움과 동시에 이번 선언의 진보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독립선언이 나오기까지 경술년(1910) 국치 이후 9년이 걸렸다. 미국 윌슨 대통령이 주창한 ‘민족자결주의’ 원칙에 따라 신한청년당이 파리강화회의에 김규식 박사를 대표로 파견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이때, 민족의 운명을 짊어진 조선 청년들이 가장 앞장서 조국의 독립을 선언하였다. 이제 우리 민족도 미국의 독립선언서에 필적할 만한 독립선언서를 갖게 되었다.

△참고문헌

김학준, ‘2·8독립선언서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2·8독립선언 100주년기념 학술심포지엄 및 국민 대토론회 자료집)

김정인, <오늘과 마주한 3·1운동>(책과함께·2019)

신다혜, ‘2·8독립선언의 주도자 최팔용’(한국민족운동사연구·2016)

송지예, ‘민족자결의 수용과 2·8독립운동’(한국동양정치사상사연구·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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