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 한겨레’의 시작을 알린 2019년 1일1일치 <한겨레> 1면. 새로운 실험으로 평가 받았다.
100년 전으로의 시간여행은 여기서 끝을 맺습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한겨레>는 지난 1월1일부터 4개월 동안 1919년 시점으로 당대 사건들을 보도하는 실험을 이어왔습니다. 독립운동사와 더불어 당시 국제 정세와 사회문화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사를 배치해 1919년을 입체적으로 복원하고자 했습니다. 신년 기획 ‘1919 한겨레’는 과거로 시간여행을 간 것처럼 느껴지도록 기사 작법과 편집, 디자인에서도 옛 신문의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박제화된 3·1운동과 왜소화된 임시정부 수립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되살리려는 이러한 시도에 전문가를 비롯한 여러 독자께서 호응해 주셨습니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독립운동사를 현재화해서 대중들이 잘 이해하도록 해준 참신한 기획으로, 그 시대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자극이 됐다”고 했습니다.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분과위원장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책으로 보는 것과 달리 생생함이 살아 있었다. 지금 상황하고 대비해서 보는 이점이 있었다”고 총평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사회주의운동사 연구의 권위자인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도 “지금껏 다른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획이었다. 형식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중간중간 관련 전문가 대담과 기고 등을 실은 점도 인상적”이라고 후한 점수를 줬습니다. 독자 전상우(40)씨는 “기사를 보면서 피지배 민족이 스스로 평화와 평등을 이야기했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며 “연중 기획으로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미진한 부분에 대한 지적도 없지 않았습니다. 30년 동안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해온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과정을 자세히 전함으로써 독자들이 당시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했다”며 “다만 날짜별로 그날그날 만세운동이 일어난 지역을 소개해 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3·1운동 전문가인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도 “다른 언론이 역사적 사실 발굴과 의미부여 중 한 가지에 집중할 때 ‘1919 한겨레’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그러나 당시 동아시아와 세계 정세가 격변기였는데 이런 부분들을 잘 담아내지 못한 채 일국적인 관점으로만 지면이 구성된 것 같아 아쉬웠다”고 평가했습니다.
‘1919 한겨레’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독립운동가부터 친일파, 일본인, 장삼이사까지 당시를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었습니다. 또 100년 전 사람들의 행적에서 끝내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의 원리’를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60여개의 지면과 400여개의 기사로 한 시대를 다 담을 수는 없습니다. 과거의 곳간을 열어 미래의 지도를 얻는 일은 이제 시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00년 전 식민지 조선인들은 빼앗긴 조국을 되찾아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었을까요. 그들이 꿈꾼 자유와 평등으로부터 지금의 한국은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 걸까요. 이제 그 해답은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 둬야겠습니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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