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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19 한겨레] “거사의 날밝았다”…친일파 심장부 태화관에서 독립선포

등록 2019-03-01 07:39수정 2019-03-01 12:56

기미년통신
자진 검거 결의한 민족대표들
유사시 학생들 불상사 우려해
파고다공원서 급히 장소 바꿔
비폭력·대중화 위한 계책인가
친일파 이완용 소유 태화관서
의미있는 민족 거사 진행키로
1919년 3월1일 민족대표들이 선언서를 선포한 서울 종로 인사동의 태화관 70년대 모습. 1980년 철거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1919년 3월1일 민족대표들이 선언서를 선포한 서울 종로 인사동의 태화관 70년대 모습. 1980년 철거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편집자 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 숨 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1919년 2월28일 경성/오승훈 기자】

당초 경성 파고다공원에서 3월1일 오후 거행될 민족대표들의 독립선언식이 28일 인근 인사동 요릿집 태화관으로 급변경되었다. 학생들이 집결할 파고다공원에서 선언식을 가질 경우, 자칫 폭동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민족대표 일각의 우려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거사의 3원칙 중 ‘일원화’를 포기하더라도 ‘비폭력·대중화’라는 대의를 위한 고육책이라는 해석과 함께 내란죄 적용을 피하기 위한 현실적 판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오후 5시경 종로 가회동 손병희 교주의 자택에 모인 민족대표 23인은 다음날로 다가온 거사에 대한 최종 논의를 진행하였다. 파고다공원에서 어떤 방법으로 선언서를 발표할지를 두고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기독교측 민족대표인 박희도(30)씨가 학생들의 참여 문제를 꺼냈다. 대부분의 학생이 파고다공원에서 선언서를 발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다수의 학생이 모일 경우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거사의 실무 책임자인 최린(41) 보성고등보통학교장이 공부를 해야 할 학생들과 거사를 함께하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니고, 청년은 격앙되기 쉬워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으므로 장소를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제의하였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의 말에 천도교 교주이자 거사의 영도자로 선정된 손병희(60) 선생이 동의하고 나서면서 선언서 발표 장소가 변경되었다. 내부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미 자진 검거를 다짐한 민족대표들의 체포과정을 학생들이 목격하게 될 경우 폭력사태가 야기될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폭동사태가 발발할 경우 내란죄 적용을 피할 수 없고 이 경우 최고 사형까지 언도받을 수 있다.

태화관은 현재 친일파 이완용 학부대신의 소유다. 본래 조선 24대 왕 헌종이 총애한 후궁 경빈 김씨가 사저로 사용하던 곳인데 1907년 8월 경빈 김씨가 생을 다하자, 이완용씨 형이자 궁내부대신이던 이윤용(65)씨가 차지하였다. 그 후에 이완용씨가 사들여 별장으로 쓰다가 한말에 궁내부 주임관으로 궁궐에서 어선과 향연을 담당하던 요리사 안순환(48)씨에게 전세를 줬다. 안씨는 유명한 궁궐 요릿집 명월관 분점을 이곳에 내었다. 더러 언론인과 유학생, 문인들이 이용하기도 했지만 친일파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독립선언 모의에 참여해 온 한 인사는 “이완용의 별장으로 친일파들이 온갖 모의를 한 장소에서 독립선언식을 거행한다는 건 모든 매국적인 조약이 무효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참고문헌

김정인, <오늘과 마주한 3·1운동>(책과함께·2019)

조한성, <만세열전>(생각정원·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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