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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19 한겨레] 3월1일 동경서도 대규모 시위 왜?

등록 2019-03-04 07:34수정 2019-03-05 12:23

군소리ㅣ 보통선거권 요구 시위대 시가행진
민본주의 흐름…부유층만 투표권 있는 현실
천황제 극복 않고 그 안에서 민주주의 노려
시민의 외침인 만세시위와는 근본적 차이
당시 일본에서 열린 보통선거권 대연설회 모습.
당시 일본에서 열린 보통선거권 대연설회 모습.

<편집자 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 숨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조선독립만세의 함성이 반도를 뒤흔든 1일 공교롭게 일본 동경에서도 보통선거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하니 일본 제국주의가 안팎에서 곤궁한 처지에 내몰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이를 두고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의도치 않은 ‘내선일체’라고 농을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두 나라의 시위는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크다.

지난 1일 오후 동경 히비야공원에 1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보통선거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기축년(1889) 처음 제정된 일본의 선거법은 만 25세 이상의 남성으로 연 15엔 이상 국세를 납부하는 자에게만 선거권을 인정했다. 경자년(1900)엔 그 기준이 10엔(당시 초임 교사 월급 11엔)으로 낮춰졌으나 여전히 소수의 부유층만 투표권을 갖는 상황이다. 선거 자체가 없는 조선에선 이마저도 부러워해야 할 테지만.

2·8독립선언 이후 조선인 유학생들의 단골 시위장소이기도 한 히비야공원에서 출발한 시위대는 경성의 시위처럼 시가행진을 벌였다. 악대를 선두로 기마 지휘자의 지도 아래 긴자 거리를 지나 니주바시(이중교)로 이동하던 시위대는 그 과정에서 기미가요(일본의 국가) 제창과 황성요배, ‘우리의 요구는 메이지 대제의 성지(聖旨)에 따른 것’이라는 등의 서문 낭독식을 하기도 하였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였다.

보통선거 실시라는 민주주의 요구 시위에 천황이라니? 시위대의 천황 거론은 보통선거 요구라는 정치적 의사 표현이 초래할 ‘불온함’을 해소하는 ‘안전장치’만은 아니었다. 올해 1월 보통선거운동단체인 동맹회가 재결성되었을 때 강령 제1조는 “우리는 메이지 대제의 성지에 의해 보통선거를 요구한다”였다. 민주주의 운동 내에서도 천황제는 중요한 이념적 뿌리이다. 군국주의적 천황제를 부정하지 못하고 그 안에서 민본(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는 현 시기 일본 사회운동의 이중적 모습인 셈이다. 조선과 일본의 피억압 민중이 단결하기 힘든 까닭이다.

같은 날 경성에서 울려 퍼진 만세시위의 함성이 신민을 극복한 시민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을 보여준 것이라면, 동경 시민들의 외침은 ‘천황의 충실한 신민 되기’의 한 방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과연 일본의 천황제와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있을까.

【마포 오첨지】

△참고문헌

하종문, ‘제국의 통합기제로서의 천황제와 그 변화’(한일관계사연구·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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