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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19 한겨레] 이승만, 윌슨에 위임통치 청원

등록 2019-03-06 07:34수정 2019-03-06 07:38

「조선독립 보장」 단서로 달았다지만
총칼에 억눌린 민중 기대 배반 평가

<편집자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 숨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파리강화회의에 미국 동포 대표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이승만 박사.
◆파리강화회의에 미국 동포 대표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이승만 박사.
미주 방면 조선인 망명객 중 대표적 인사인 이승만(44) 박사가 3일 미국 윌슨 대통령에게 우리 조선을 ‘위임통치’하여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박사는 정한경(28)씨와 더불어 미주 동포 모임 대한인국민회의 대표로 금번 파리강화회의에 파견되었지만 일본의 훼방으로 여의치 않게 되자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저희들은 자유를 사랑하는 일천오백만 한국인의 이름으로 각하께서 여기에 동봉한 청원서를 평화회의에 제출하여 주시옵고, 또 이 회의에 모인 연합국 열강이 장래에 조선의 완전한 독립을 보장한다는 조건하에 현재와 같은 일본의 통치로부터 조선을 해방시켜 국제연맹의 위임통치 아래에 두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저희들의 자유 염원을 평화회의 석상에서 지지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청하는 바입니다. 이것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한반도는 모든 나라에 이익을 제공할 중립적 통상지역으로 변할 것입니다.”

본지가 4일 입수한 이승만·정한경 양씨의 위임통치청원서 일부다. 비록 “조선의 완전한 독립을 보장한다”는 단서를 적용하기는 하였으나 “조선을 국제연맹의 위임통치 아래에 두는 조치”라니, 향후 정객들 사이의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박사가 이같은 청원서 작성에 나선 것은 지난달 25일이라고 한다. 이 박사는 파리강화회의 대표로 낙점되긴 하였으나 일본 영사의 방해공작 등으로 여행권 발급이 불가해지자 미국 워싱턴 요양원에 앓아누운 상태였다. 파리행 대신, 미국 프린스턴대학 동창이자 ‘민족자결주의’의 화신인 윌슨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라도 우리의 처지를 호소하려 하였으나 이마저도 “공무로 여유가 없다”는 절망적인 답변만을 받았다. 이 박사 측은 또 프랭클린 레인 미국 내무장관에게도 지원을 요청하여 보았지만, ‘미국 정부의 기본방침은 한국 대표가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사면초가의 처지에서 위임통치 청원은 동포의 기대를 짊어진 이 박사가 호소할 수 있는 최후의 외교 방편이었을 수도 있겠다. 허나, 이는 조선반도에서 일제의 총탄을 맞아가면서도 ‘파리강화회의에서 우리 대표들이 활약해줄 것’을 믿으며 애절하게 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는 민중의 기대를 완전히 배반하는 주장이 아닐 수가 없다. 현금과 같은 약육강식의 국제정세 속에서 위임통치 청원의 위험성을 간과하였다면 이 박사의 판단능력도 신용하기가 어렵겠다는 말도 나온다. 본래 “나는 국내에서나 하와이에서 혁명을 책동할 꿈을 꾼 일조차 없다”고 강조해온 현실론자에게 조선인들은 꿈같은 기대를 건 것인가.

△참고문헌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해외의 한국독립운동 사료>

오영섭, <대한민국임시정부 초기 위임통치 청원논쟁>(한국독립운동사연구·2012)

정병준, <우남 이승만 연구>(역사비평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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