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주기 앞둔 광화문광장
시민 500여명이 만든 ‘노란 리본 플래시몹’
“5년 지났는데도 진상 규명 안 됐어”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노란 우산으로 세월호 리본을 형상화하는 플래시몹이 펼쳐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전면 재조사하라.” “끝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13일 오후 4시16분 서울 광화문광장. 500여개 우산이 모여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 모양으로 광장을 뒤덮었다. 우산을 든 시민들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윤민석 작사·작곡) 노래에 맞춰 우산을 흔들었다. 시민들이 이룬 노란 리본은 노래가 흐르는 3분여 동안 흐트러지지 않았다. 노래가 끝나자 시민들은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플래시몹을 마무리했다.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둔 가운데 시민 500여명이 모여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주제로 플래시몹 공연을 펼쳤다. 주최 쪽인 4·16 연대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참사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아 노란 리본을 형상화 하는 플래시몹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추모하려는 시민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세월호 분향소가 있던 자리에 전날 들어선 ‘기억·안전 전시 공간’(전시 공간)은 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시민들로 이날 오전부터 가득 찼다. ‘그날의 기억’ ‘기억을 담은 오늘’ ‘내일의 약속’ 등을 주제로 참사 이후부터 전시 공간 제작까지의 5년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던 시민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께 친구들과 전시공간을 찾은 선인고등학교 3학년 이승준(18)군은 “중학교 때 세월호 참사를 뉴스를 통해 접했는데,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날 전시공간을 찾아 왔다”고 말했다. 이군은 이어 “당시 학교 선배의 아버지가 세월호 선원으로 일하시다가 희생돼, 세월호 참사가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참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의 ‘기억·안전 전시 공간’을 찾은 선인고등학교 3학년 이승준(18·맨오른쪽)군과 친구들. 오연서 기자
시민들은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추모를 이어갔다. 안양나눔여성회와 안양노란리본공작소에서는 참사를 추모하는 의미를 담은 노란 리본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이들은 색종이로 노란 나비를 만들어 시민들의 어깨에 붙여주기도 했다. ‘뜨개x바느질 행동단’은 ‘슬픔은 가라앉지 않는다’ ‘그날의 진실이 떠오를 때까지 기억하고 살아낼 내일들’ 등 참사를 추모하는 문구가 적힌 천 현수막을 제작했다. 이날 낮 12시에 광장을 찾은 김구름(32)씨는 “세월호 참사 1주기 때부터 참사를 추모하는 천 현수막을 제작해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민들과 문구를 선정하고, 각자 한 글자씩 바느질을 해오면 긴 천에 문구를 새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완성된 현수막은 안산에 걸어 참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뜨개x바느질 행동단’이 참사를 추모하는 천 펼침막을 만들고 있다. 오연서 기자
오후 3시30분 광화문광장 북단에서는 대학생 100여명이 참여한 ‘세월호 참사 5주기 대학생 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를 촉구한다” “대학생의 힘으로 진실을 밝혀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장 남단에서 북단으로 행진했다. 본 무대에 도착한 학생들은 참사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숙명여대 1학년 방서영(19)씨는 “5년 전 중학교 2학년 때 세월호 참사 소식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됐는데, ‘전원 구조’라는 아침뉴스와 저녁뉴스 내용이 달라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5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왜 세월호가 침몰해야 했는지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 끝까지 기억하고 이 사회를 바꾸겠다는 마음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성신여대 3학년 강부희(22)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어쩌면 나의 친구들이 될 수 있었던 단원고 친구들 생각이 나서 참사 뉴스를 접한 날에 울면서 잠들었다.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절대 그런 어른이 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한애국당 등 보수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3시30분께 대학생대회가 열리는 북광장 옆 도로를 행진하며 “박근혜를 석방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에 대학생 대회 참가자들이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를 촉구한다” “세월호 참사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