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훈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 대상 1차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통령님께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설치와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를 지시해주시기를 청원합니다.”
지난달 29일 ‘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세월호 가족협의회)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세월호 특별수사단 설치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15일 오후 3시 현재 이 청원에는 12만4천여명이 동의했다. 2014년 4월16일, 그날 이후 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진실에 목말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1일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사참위의 조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훈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당장 사참위가 조사한 내용을 수사 의뢰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 검찰과 군검찰 여러 곳에서 세월호 유가족 사찰 사건 등을 나눠서 조사하고 있는데, 한 곳에서 집중해서 수사할 필요가 있다”며 “거창한 규모의 특별수사단을 꾸려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특별수사단을 구성해달라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사참위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 수사를 하면 진상규명은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다. 조사와 수사가 동시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5년 동안 검찰 수사와 감사원 조사는 물론 별도로 3개의 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하지만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첫 조사위원회인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참사 이듬해인 2015년 1월1일 만들어졌다. 하지만 특조위는 박근혜 정부의 숱한 조사 방해 끝에 2016년 9월30일 강제 해산되어야 했다.
두 번째 조사위원회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는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올라온 나흘 뒤인 2017년 3월29일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선조위는 미수습자 9명 가운데 4명의 유해를 수습했고 선체를 바로 세웠지만, 침몰 원인을 확정하진 못했다. 선조위는 지난해 8월6일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을 비롯한 선체 문제 등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인설’과 외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열린안’ 두 가지를 모두 내놨다.
특조위와 선조위가 매듭짓지 못한 진상규명의 임무를 이어받은 것이 사참위다. 사참위는 세월호와 관련해 참사 당시 청와대와 해경, 유관기관과 선원의 대응 적정성, 국군기무사령부 등 정보기관의 진상 규명 방해와 은폐 개입, 외부 충돌 가능성 검증 등 모두 14개의 직권조사 과제를 조사하고 있다. 사참위는 최근 직권조사 사건 가운데 하나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세월호의 시시티브이(CCTV) 녹화 영상이 저장된 디브이아르(DVR)를 정부기관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사참위는 2014년 6월22일 해군이 수중에서 DVR을 수거하며 찍은 영상에는 오른쪽 손잡이 안쪽 고무 패킹이 떨어져 있었지만 검찰이 이틀 뒤 확보한 DVR에는 다시 고무 패킹이 붙어있었다고 밝혔다. 또 해군 수거 당시 DVR 열쇠 구멍은 잠긴 상태(수직 방향)였지만 35분 뒤 촬영한 영상에는 열쇠 구멍이 잠금 해제(수평 방향) 상태였고, 잠금 걸쇠도 부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월호 DVR에는 침몰 시작 3분 전까지만 기록됐는데, 사참위는 정부 등의 조작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문호승 사참위 세월호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사참위의 조사 대상은 침몰원인, 구조실패, 조사방해 등 세 가지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며 “DVR 조작 여부는 이 세 가지를 관통하는 중요한 진상규명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DVR 조작 여부만 해도 해군과 해경 등을 동시에 조사해야 하므로 수사권을 가진 정부 조직과 긴밀하게 공조하지 않으면 진상을 밝히기 어렵다. 강제 수사가 가능한 수사기관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유경근 전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역시 “세월호 구조 방기, 침몰 문제와 관련한 수사를 끝냈다고 생각하는 검찰이 재수사에 진지하게 임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대통령의 지시로 특별수사단을 만들어 전면 재수사를 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참위 조사 결과 추가로 나오는 의혹에 대해서도 여러 수사기관이 따로 수사하는 것보다 특별수사단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수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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