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작곡노트] 작사·작곡 남의집이불속
▶영상 바로가기 : https://youtu.be/OBvx-xYH190
하얀색 카시오 손목시계. 뛰어난 방수 성능을 지녔다던 그 시계는 정말로 그렇게 깊은 바다 속에 들어갔다 나온 뒤에도 여전히 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시계의 주인은 싸늘하게 식은 채 뭍으로 되돌아왔다. 시계는 열심히 째깍대며 일분일초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더이상 흐르지 않는 곳으로 가버린 시계의 주인이 거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뒤, 무정하고 가차없게 흐르는 시간은 오직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이듬해인 2015년 1월께, <한겨레> 영상팀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추모하는 영상을 만들고자 하는데 거기에 쓰일 음악을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별 실력도 없는 아마추어 뮤지션이 과연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슬픔을 다루는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지만 일단 ‘해보겠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일부가 한창 유족들에게 쏟아내고 있던, “지겹다”는 말과 조롱의 시선을 어떤 식으로든 치받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쏙 솟았기 때문이다. 끝내 불가능한 일이란 것은 알았지만, ‘사회적 참사’란 말에서 ‘사회적’이란 말을 잠시 동안이라도 빼놓고 싶었다. 무엇이 어떻다 규정하기 이전에,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먼저 봐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한겨레> 기사로 본 뒤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남아 있던 단원고 학생 고 박성복군과 그의 하얀색 카시오 손목시계 이야기(바로가기)를 되새기며, 고통과 슬픔을 헤아리는 위로의 가능성을 노래에 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벌써 5주기다. 그동안 고통과 슬픔을 헤아리는 위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남겨진 사람들 자신이었다는 점에서, 새삼 이 노래에 담았던 소박한 뜻이 부끄럽다는 생각도 든다. 세월호 유족들은 끊임없이 다른 재난과 참사의 현장을 찾아 또다른 남겨진 사람들의 곁을 지켜오지 않았던가. 고통과 슬픔의 끝이 어디인지 감히 가늠할 수 없겠지만, 서로가 서로의 곁이 되어주는 한 남겨진 사람들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최원형 기자
‘멈춰진 시간이 다시 흘러’
〈1절〉
네가 떠난 뒤
아무것도 자라지 않을 것 같았지
하지만 여전히
달라진 것 하나 없는 세상에
앞만 보고 가는 뒤돌아 보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숨쉬고 있어 〈2절〉
올해도 봄은
따뜻한 바람을 내게 보내주는데
궁금할 뿐이야
차가운 시간 그 너머에 있을 너
설레였던 마음 방울 터지던 기쁨
언제까지라도 기억할 수 있을까 〈후렴〉
너의 시간은 더이상
흐르지 않지만
내 마음은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나
앳된 네 얼굴 그대로
기억할 나에게
널 닮은 유채꽃 한아름
안고 찾아와줘 ● 작사/작곡 : 남의집이불속
-보컬 : 이지현
-드럼 : 윤지수
-베이스 : 이정연
-기타 : 최원형, 임두환
-믹스/마스터 : 김찬영(702스튜디오) ● 한겨레TV
-원본 사진: 한겨레 사진부
-종합 편집: 문석진
-기획 연출: 박종찬
세월호 멈춰진 시계. 한겨레TV 화면 캡쳐.
네가 떠난 뒤
아무것도 자라지 않을 것 같았지
하지만 여전히
달라진 것 하나 없는 세상에
앞만 보고 가는 뒤돌아 보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숨쉬고 있어 〈2절〉
올해도 봄은
따뜻한 바람을 내게 보내주는데
궁금할 뿐이야
차가운 시간 그 너머에 있을 너
설레였던 마음 방울 터지던 기쁨
언제까지라도 기억할 수 있을까 〈후렴〉
너의 시간은 더이상
흐르지 않지만
내 마음은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나
앳된 네 얼굴 그대로
기억할 나에게
널 닮은 유채꽃 한아름
안고 찾아와줘 ● 작사/작곡 : 남의집이불속
-보컬 : 이지현
-드럼 : 윤지수
-베이스 : 이정연
-기타 : 최원형, 임두환
-믹스/마스터 : 김찬영(702스튜디오) ● 한겨레TV
-원본 사진: 한겨레 사진부
-종합 편집: 문석진
-기획 연출: 박종찬
세월호 추모 노래. 멈춰진 시간이 다시 흘러.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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