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살아남은 상처 딛고…세상의 고통에 손 내밀다

등록 2019-04-16 04:59수정 2019-04-16 11:15

13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한 찻집에서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살아난 단원고 출신 학생들이 김탁환 소설가와 정은주 <한겨레> 기자가 근황 등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산/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3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한 찻집에서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살아난 단원고 출신 학생들이 김탁환 소설가와 정은주 <한겨레> 기자가 근황 등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산/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탁환 작가가 만난 ‘생존 학생’ 4명 이야기

참사 트라우마 시달리던 그들
‘상처 공감’ 상담받고 치유된 뒤
“다른 사람 아픔도 돕고 싶어요”

치유 프로그램 체계적 공부
‘운디드 힐러’ 단체 등록하고
상처받은 청소년 심리회복 활동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오늘로 꼭 5년이 되었다. 가라앉는 배에서 가까스로 탈출해 지난 5년의 세월을 살아낸 생존 학생 넷을 김탁환 작가가 만났다. 헤아릴 수 없는 상처와 분노를 딛고, 그 상처를 디딤돌 삼아 자신과 사회의 미래를 꿈꾸는 네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탁환 작가는 세월호 주검을 수습했던 잠수사 고 김관홍을 그린 장편소설 <거짓말이다>와 역시 세월호의 다양한 관련자들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에 담은 소설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를 냈다.

2016년, 2018년, 2019년...음악을 좋아해서 기타를 독학으로 깨치고, 대학에 들어가 자동차학과에서 공부하고 싶었던 단원고 2학년 8반 안주현은 어머니 김정해씨의 장남이었다. 2014년 4월16일 이후 김씨가 아들 주현이를 다시 본 것은 사고 14일째인 4월29일 오후 3시쯤 팽목항 신원확인소에서였다.  주현이의 지갑에는 수학여행 떠나기 전날 엄마가 쥐여준 용돈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어머니 김씨는 “하늘에서 별이 된 아들을 생각하면 수학여행 가기 전에 사주기로 한 옷을 사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가슴에 사무친다”고 했다. 김씨는 2016년 4월23일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해경이 나눠준 때 묻은 구명조끼를 입고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동거차도앞바다를 갔다.  2018년 4월16일, 세월호 4주기를 맞아 열린 정부 합동 영결식이 끝나고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 있던 아들의 위패와 영정을 떼어 집으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올해 2월12일 안산 단원고에서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이 열려 졸업장과 졸업 앨범을 받아들었다(왼쪽 사진부터). 진도 안산/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016년, 2018년, 2019년...음악을 좋아해서 기타를 독학으로 깨치고, 대학에 들어가 자동차학과에서 공부하고 싶었던 단원고 2학년 8반 안주현은 어머니 김정해씨의 장남이었다. 2014년 4월16일 이후 김씨가 아들 주현이를 다시 본 것은 사고 14일째인 4월29일 오후 3시쯤 팽목항 신원확인소에서였다. 주현이의 지갑에는 수학여행 떠나기 전날 엄마가 쥐여준 용돈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어머니 김씨는 “하늘에서 별이 된 아들을 생각하면 수학여행 가기 전에 사주기로 한 옷을 사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가슴에 사무친다”고 했다. 김씨는 2016년 4월23일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해경이 나눠준 때 묻은 구명조끼를 입고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동거차도앞바다를 갔다. 2018년 4월16일, 세월호 4주기를 맞아 열린 정부 합동 영결식이 끝나고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 있던 아들의 위패와 영정을 떼어 집으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올해 2월12일 안산 단원고에서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이 열려 졸업장과 졸업 앨범을 받아들었다(왼쪽 사진부터). 진도 안산/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마음에 나무를 심은 사람들’을 만나러, 4월13일 오후 경기도 안산으로 향했다. 고잔역이나 중앙역은 익숙하지만, 작년 6월 개통한 서해선 선부역은 아직 낯설어 몇 번이나 지하철 노선도를 확인했다. 30분 먼저 도착해선 깔끔하게 단장한 역 광장을 한 바퀴 돌았다. 화랑유원지나 안산호수공원에 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이 광장의 어린나무들은 제자리를 잡기 위해 조용히 가지를 뻗고 잎을 틔우는 중이다.

친구 넷이 정답게 카페로 들어섰다. 어렵게 마련된 자리였다.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기엔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함께 모여 시작한 일에 관한 인터뷰라면 응하겠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도, 그들이 작년 여름 만들어 비영리 임의단체로 등록한 ‘운디드 힐러’(Wounded Healer)였다. ‘자신의 상처를 피하지 않고 직면해 치유받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으로 치유의 본질을 실감한 사람이 결국 최고의 치유자가 된다’는 정혜신 선생의 주장이 떠올랐다. 박동운 선생과 같은 고문생존자의 강연회에서 접한 운디드 힐러라는 묵직한 단어를, 내 앞에 앉은 싱그러운 젊은이들이 깃발로 취한 것이다. 상처받은 치유자, 그들은 어떻게 이 개념을 알았고, 또 자신들의 현재이자 미래로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듣고 싶지 않고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았어요. 참사 직후 전문가들이 트라우마 치료를 하는 중이라고 보도되었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배에서 탈출한 저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황을 배려한 게 아니라, 그 전에 있던 매뉴얼대로 프로그램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었거든요.”

심리학도인 ㄱ의 말에 나머지도 모두 동감을 표시했다. 참사 직후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은 뒤 안산의 한 연수원에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합숙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트라우마를 앓는 이들 각자를 위한 맞춤 프로그램이 없어서 여러모로 불편하고 힘들었다는 것이다.

병원과 연수원 생활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간 뒤, 그들이 마음을 열고 고민을 털어놓은 이는 ‘은지 쌤’이었다. 2014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단원고에서 스쿨닥터로 근무한 김은지 선생님을 특별히 따랐던 이유를 묻자, 사회복지학도인 ㄴ이 답했다.

“병원에서 상담할 땐 캐묻듯 해서 불쾌했는데, 은지 쌤과는 그냥 친구끼리 이야기 나누는 기분이었어요. 강요하지 않으셨거든요. 네가 얘기하고 싶을 때 얘기해. 하기 싫으면 말고! 이런 느낌. 아주 편했어요.”

네 사람이 고등학생 때부터 친했는지 물었다. 전혀 아니라며 웃었다. 지금 다니는 대학도 달랐고 전공도 제각각이었다. 그들이 함께 마음을 모은 계기는 김은지 선생이 운영하는 마음건강센터에 인턴으로 근무하면서부터였다. 마음건강센터는 교육청 지원으로 단원고 안에 한시적으로 두었던 것인데, 김 선생이 스쿨닥터를 마친 뒤에도 자비로 지금까지 학교 밖에서 운영해오고 있다. 인턴들은 작년 겨울과 여름 그리고 올해 겨울까지, 방학 때마다 2주에서 3주씩 상담 기록 정리 등 일도 하면서 운디드 힐러 양성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1회는 두 명, 2회는 네 명, 3회는 아홉 명으로 점점 늘었다. 참가자들은 대학교에서 한 학기 공부한 것보다 더 알차게 많은 것을 경험하며 배우고 익혔다고 입을 모았다. 세 번의 인턴 과정에 모두 참여한 ㄱ이 말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트라우마 이런 게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치유가 이뤄지는지 체계적으로 공부했어요. 저희가 경험한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죠.”

경영학도인 ㄹ이 말했다.

“관련 기관도 많이 방문했습니다. ‘진실의 힘’처럼, 혼자 선뜻 가긴 어려운 곳도 인턴 하는 친구들과 함께 갔죠.”

13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한 찻집에서 세월호에서 살아난 단원고 출신 학생들이 김탁환 소설가와 본지 정은주 기자가 근황 등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산/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3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한 찻집에서 세월호에서 살아난 단원고 출신 학생들이 김탁환 소설가와 본지 정은주 기자가 근황 등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산/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들이 들렀을 법한, 타인의 고통을 함께 품고 어루만지기 위해 나섰던 사람들과 단체들을 머릿속에 그렸다. ‘진실의 힘’에는 치유자로 나선 고문생존자들이 있고, 치유공간 ‘이웃’에는 영화 <생일>에서 보듯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고 가족들의 마음을 보듬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직접 가서 보고 듣고 읽고 손잡고 포옹하며 네 젊은이의 마음은 어디로 흘러갔던 걸까. 아동학도인 ㄷ을 시작으로 저마다 그 여름 자신들의 마음을 내비쳤다.

“상담을 받으면서 제가 치유가 되니까 뭔가 저도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낫게 하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마침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왔고 기꺼이 참가하게 되었죠.”

“참사 직후 병원이나 연수원의 심리 치료 프로그램이 저랑 정말 안 맞아서 그런 방법을 나쁘게만 여겼거든요. 근데 센터에서 인턴을 하면서, 이런 프로그램도 제대로 잘만 하면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걸 깨달았어요. 관심을 다시 갖기 시작했죠.”

“‘운디드 힐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직감했어요. 상처받은 치유자, 그게 바로 저였거든요.”

“먼 미래는 고민 안 해요. 지금 제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거든요. 친구들과 함께 집중해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작년 여름 그들은 임의단체 등록까지 마쳤다. 정관을 만들고 관련 서류를 준비하며 서로의 뜻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했다. ‘트라우마 회복자의 양성을 도우며 트라우마를 경험한 아동청소년의 심리적 안정과 성장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라는 목적 아래 여섯 가지 주요 사업도 정했다. ‘1. 트라우마를 경험한 이들과 그 주변인의 회복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사업 2.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극복한 이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 트라우마를 경험한 이들의 회복을 돕는 사업 3. 운디드 힐러 프로그램 연구 및 개발 4. 운디드 힐러 양성 사업 5. 지역사회들과의 연계사업 6. 기타 본회의 목적에 부응하는 사업’ 등이 그것이다.

목적과 주요 사업을 확인하고 나니, 네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도움! 그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자들을 돕고 싶은 것이다.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특히 트라우마를 앓는 이들을 제대로 다양하게 돕고자 했다. 단체 등록 후 마련한 ‘운디드 힐러’의 첫 번째 프로그램이 무엇이냐고 묻자, 여덟 개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어린이들에게 트라우마가 뭔지 가르치기 위해 인형극을 준비했어요. 저희들이 대본을 직접 쓰고 손바닥만한 인형을 사서 꾸몄어요. 일인 다역으로 반복 연습을 한 뒤 지역아동센터에 가서 공연했답니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5학년 여자 어린이예요. 집에서 이유 없이 동생과 비교를 당하는데다, 엄마가 문을 꽝꽝 닫고 그러시거든요. 그 바람에 여자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요. 트라우마를 갖게 된 겁니다. 그로 인해 학교생활도 즐겁게 못하고 성적도 떨어지는데, 친구들과 선생님의 도움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그린 인형극이에요.”

15분 분량의 인형극은 어린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극의 마지막에 혼자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는 기본동작인 나비포옹법이 나오는데, 관객이 그 동작을 모두 따라 하며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극이 끝난 뒤 인형에게 다가와서 위로의 말을 건네며 웃거나 눈물 글썽이는 어린이도 많았다. 마음과 마음이 만난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해낸 뿌듯한 성취였다. 그들은 인형극을 수정보완하면서 다음 단계로 그림책 출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여기까지 듣고 나니, 정관에 단체의 목적이라고 밝힌 ‘트라우마를 경험한 아동청소년의 심리적 안정과 성장을 돕는다’는 대목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ㄱ이 보충설명을 했다.

“저희가 청소년일 때 트라우마가 생겼으니까, 힘들어하는 아동청소년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학 졸업반인 그들은 현재 모두 휴학 중이다. 각자 학교를 쉬는 이유는 다르지만, 1년 동안 좀 더 자주 모여 운디드 힐러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좋아하는 단체가 있느냐고 묻자 처음 듣는 이름들이 술술 나왔다. 청소년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국제개발구호단체 ‘더 프라미스’에서 해외 현지 주민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하도록 이끄는 과정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스물셋, 동갑내기 네 친구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서로 돕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삶에 온통 마음을 쏟고 있는 것이다. 각자의 전공과 ‘운디드 힐러’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두고 있는지 궁금했다.

“진짜진짜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임상심리사가 되려고요. 치유 프로그램 만들 때 전문 지식이 부족하니까, 스스로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시험 쳐서 자격증을 따야죠.”

“사회복지사가 될 거예요. ‘운디드 힐러’ 활동과 사회복지사의 삶은 처음부터 한 그릇 같아요.”

“아동상담사를 예전엔 생각했는데, 센터에 인턴으로 들어와서 ‘운디드 힐러’ 활동 하면서, 어린이들 위해 기획하고 공연하는 게 너무 좋아졌어요. 이 분야도 공부하고 경험을 쌓을 겁니다.”

“비영리 단체에서 활동하고 싶고, 나중에는 사회적 기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경영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단체에 속해 활동하려면 시간도 따로 쓰고 정성도 쏟아야 한다. 상처받은 치유자로 일하겠다고 했을 때, 가까운 이들의 반응을 물었다. ㄷ이 답했다.

“엄마는 별말씀 없으셨는데, 아빠는 적극 추천하셨어요. 친구들하고 모여 이런 활동을 꼭 좀 하라고요. 힘든 나날을 이겨내며 달라진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라 하셨죠.”

나머지 세 사람도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올 한 해 계획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들은 역시 꼼꼼하게 월별 계획을 이미 세워두고 있었다. 대학 축제에 부스를 만들고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하겠다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지금까진 어린이들 앞에서 인형극을 선보였는데, 이젠 동년배들을 만나 트라우마와 치유에 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뜻이다. 말석에 끼어서라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싶었다.

‘운디드 힐러’가 어떤 단체로 세상에 알려지길 바라느냐고 물었다. 다시 짧은 침묵이 찾아들었다. 시선을 내린 네 사람이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걸어왔고 걷고 있고 걸어갈 나날을 훑으며, 그 길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와 문장을 골라내는 듯했다. 이윽고 ㄹ이 신중하게 답했다.

“우선 저희 존재를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ㄴ이 이어서 설명했다.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극복한 사람들이 모여, 현재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힘껏 돕는 단체겠죠.”

ㄱ도 말했다.

“회원의 폭을 넓혔어요. 저희 넷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트라우마를 경험했지만, 여러 가지 사회 문제로 트라우마에 걸렸다가 이겨내고, 상처받은 치유자로 나서려는 분들이라면 회원이 되실 수 있습니다.”

속이 꽉 찬 대답들이었다. ‘운디드 힐러’를 지지하며 후원자가 되겠노라고 약속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네 친구가 경쾌하게 저마다의 토요일 오후를 보내기 위해 떠난 뒤, 나는 선부역으로 다시 천천히 걸었다.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에 그들이 올려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마음에 나무를 심은 사람들.

오늘 만난 네 젊은이의 희망이 거기에 담겨 있었다. 5년이 지났다. 열여덟 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스물세 살 대학교 졸업반이 되었다.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트라우마를 경험하면서, 프랑스 소설가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을 그들도 읽었을까. 한 사람의 선하고 굳은 의지로 프로방스의 헐벗은 산이 숲으로 변한 기적을 믿을까.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그들도 나무가 자라듯 ‘성장’하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이제는 마음의 상처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동청소년들의 ‘성장’을 도우려고 나선 걸까.

꽃 핀 날에도 자라고 꽃 진 날에도 자라기를! 줄기도 가지도 잎도 뿌리도 쑥쑥 자라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세상의 고통에도 가닿기를! 서로 돕고 치유하며 사는 쪽으로 인생의 방향을 정한 것은 젊은이로서뿐만 아니라 각성된 시민 전체를 통틀어도 고귀한 의지다. 5년 동안 여기까지 닿느라 애썼고, 여기서부터 다시 분투하며 갈 그들의 삶과 꿈을 응원한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소설가

김탁환 작가. 한겨레 자료사진
김탁환 작가. 한겨레 자료사진

[영상] ‘세월호 참사’ 취재기자 3인의 아홉 장면

▶️영상 바로가기 : https://youtu.be/2R_cuhq9Fk8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속보] 윤석열 2일차 조사 무산…공수처에 불출석 재통보 1.

[속보] 윤석열 2일차 조사 무산…공수처에 불출석 재통보

윤석열·김용현 ‘국회활동 금지’ 포고령 두고 서로 ‘네 탓’ 2.

윤석열·김용현 ‘국회활동 금지’ 포고령 두고 서로 ‘네 탓’

멘토 정상명·노무현 탄핵 대리인단 출신 조대현…윤석열 대리인단 합류 3.

멘토 정상명·노무현 탄핵 대리인단 출신 조대현…윤석열 대리인단 합류

공수처 “윤석열 체포적부심 결과 본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판단” 4.

공수처 “윤석열 체포적부심 결과 본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판단”

윤석열 1000분의 1초…단 1대 카메라에 찍힌 공수처 그 사진 5.

윤석열 1000분의 1초…단 1대 카메라에 찍힌 공수처 그 사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