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성폭력 문제 등을 고발한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과 청소년인권단체 회원 등이 지난 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학생들을 인격체로 보지 않았던 선생님이 이렇게 다시 돌아올 줄 몰랐어요. 충분한 사과도 없었고요. 학교는 선생님이 돌아오기 직전 안내문 한장 달랑 보냈어요. 사과 안 받아도 되니까 그 선생님이 학교에 없으면 좋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경기도 ㄱ여중에 다니는 한 학생의 말이다. 지난해 9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스쿨 미투’가 확산되면서 ㄱ여중에서도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해 교사로 지목된 3명은 경찰 조사를 받았고, 2명은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돼 지난 3월 교단에 복귀했다. 나머지 한명인 ㅂ 교사는 사안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언론에 유능한 교사로 소개되기도 한 ㅂ 교사는 학생들의 말에 따르면, 수업 중에 ‘여자는 애 낳는 기계다’ ‘병신 같은 년’ ‘짐승보다 못한 새끼들’ ‘얘네는 살 좀 빼야겠다, 못생겨가지고’ 같은 발언을 했다. 책상을 발로 차거나 학생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검찰은 ㅂ 교사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요보호 처분을 내렸고, 법원은 수강 명령 40시간 이수를 지시했다. 보호관찰소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을 이수한 ㅂ 교사는 최근 학교에 복귀했다.
이렇게 ‘스쿨 미투’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이 교단에 복귀하고 있다. 성폭력 등을 저지른 교사는 금고형 이상을 받으면 파면되거나 해임됐지만, 성희롱성 발언 등으로 가벼운 법적 처벌을 받은 교사는 학교 징계위원회에서 비위의 정도가 약하다고 결정되면 복직할 수 있다. 가해자가 국공립 교원이면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원칙에 따라 다른 학교로 가지만 문제는 사립학교 교원들이다. 사립재단에 소속된 학교가 여럿이면 다른 학교로 전근 보낼 수 있지만, 재단 소속 학교가 한곳이면 피해자가 있는 학교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
ㄱ여중도 같은 재단 산하에 ㄱ여고가 있지만 학교 쪽은 ‘ㄱ여고에도 ㄱ여중을 졸업한 피해자가 여럿 있어 다시 ㄱ여중으로 복귀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미성년인 학생 피해자들이 성인인 가해 교사를 다시 만나면 심각한 공포감을 다시 느낄 수밖에 없는데, 성폭력 구제의 기본인 ‘격리’ 조처도 되지 않는 것이다.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지난 5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스쿨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게다가 가해 교사들이 어떤 처벌을 받고 어떤 과정을 통해 복귀하는지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교육청, 학교가 개인정보보호를 내세워 처벌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ㄱ여중도 “원칙에 의한 법적 절차가 진행됐고 이제 그 절차가 종료됨에 따라 해당 선생님이 복직한다”고 통신문 한장으로 통보했다.
‘스쿨미투’ 학생들과 연대하는 정치하는엄마들의 김정덕 대표는 “학생들인 피해자 중심으로 사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다”며 “교육청의 감사 결과나 가해 교사들의 징계 내용 등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익 측면에서 공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학교 안에서 발생한 성비위, 채용비리 징계 처분 결과는 공개해야 한다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 통과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