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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특수부 3곳 빼고 폐지” 하루만에 답안 낸 검찰

등록 2019-10-01 19:50수정 2019-10-02 09:35

문 대통령 지시에 ‘자체 개혁안’ 내놔
서울지검 등 3곳 남기고 폐지
외부기관 파견검사 전원 복귀

정부·여당 검찰개혁 추진 의식
‘촛불시민’ 요구에 호응 차원
법무부 “검찰과 협의해 추진할 것”
그래픽 정희영
그래픽 정희영
오랜 기간 공론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변화는 더디기만 했던 검찰개혁이 ‘조국 수사’ 논란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 ‘자체 개혁’을 지시한 지 하루 만에, 대검이 1일 특수부 대폭 축소와 외부기관 파견 검사 전원 복귀 등 자체 개혁안을 내놨다. 예상 밖으로 신속하게 개혁안을 내놓았는데,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는 검찰개혁과 무관한 사안임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검찰 발표에 청와대는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 특별수사 축소 흐름 따라

이날 오후 대검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이 될 수 있는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라는 대통령 말씀에 따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 관하여 국민과 검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 이를 토대로 ‘인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에만 특수부 존치 △외부기관 파견 검사 전원 복귀 뒤 형사부·공판부에 투입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 중단 등 세가지 개혁안을 즉각 시행하거나, 법무부에 시행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업무보고 때 윤 총장을 지목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는데, 하루 만에 검찰이 ‘답안’을 내놓은 셈이다.

대검이 밝힌 특수부 축소는 검찰개혁의 가장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지고 있어 정치적 중립이 훼손되고 검찰권이 남용된 사례가 많았던 만큼 직접수사를 축소해 수사지휘와 인권보호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앞서 문무일 전 검찰총장도 특수부 축소를 추진해 2017년 8월 전국 41개 지청의 특별수사 전담 부서를 없앴다. 지난해에는 창원지검과 울산지검의 특수부를 폐지해 현재 특수부가 설치된 검찰청은 7곳(서울중앙, 인천, 수원, 대전, 대구, 부산, 광주)이다. 대검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외에 특수부를 남길 2개 청은 지역의 특수성과 검찰 특별수사 수요를 살핀 뒤 지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수부 축소는 대검이 법무부에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을 건의하고, 이 안이 국무회의 의결을 통과하면 시행된다.

37개 외부기관에 파견된 검사 57명도 곧 복귀할 전망이다. 검사들의 외부기관 파견은 검찰 영향력을 확대하고 권력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파견받는 기관에서 대우해주는 직급이 높아 일반 공무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검사장에게 제공되는 ‘차관급 대우’의 상징이었던 전용차량·기사 지원 중단도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대검은 수사지휘, 외부기관 방문, 출장 등 업무적으로만 공용차량을 이용하도록 바꿀 계획이다.

대검은 내·외부 의견 수렴을 거쳐 피의사실 공표, 피의자 공개소환 등 인권침해 논란이 이는 사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방안도 추가로 마련할 방침이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 등 거시적인 부분에서의 검찰 제도개혁은 국회 결정을 받들어 이행해야 한다“며 검찰개혁안에 찬성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9월4일 대검찰청 구내식당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9월4일 대검찰청 구내식당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신속한 발표 배경

대검의 이런 신속한 개혁안 제시는, 최근 정부·여당의 전방위적 검찰 압박과 ‘촛불’ 시민들의 검찰개혁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자청해 맞고, 조국 장관 일가 수사가 개혁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신 검찰개혁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윤 총장의 ‘직진’ 스타일상 조 장관 일가 수사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검찰 발표는 나름 전향적인 조처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서는 특수부 축소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향후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상당히 의미있고 전향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검찰 고위직 출신 한 변호사는 “특수부를 세 군데 정도만 남겨도 사건이 터졌을 때 총장 재량으로 특수팀을 만들면 된다”며 “(총장이 의지를 가진 수사를 진행하는 데에는) 세 군데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 인사청문회 이후 개혁방안을 마련해 준비해오고 있었는데 문 대통령 말씀이 계기가 돼 내부회의를 거쳐 발표하게 됐다”며 “법무부의 개혁조치에 대해 검찰에서 먼저 이야기를 하면 법무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도 이날 “검찰과 협의해 검찰개혁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우리 신지민 김원철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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