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51세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비전’을 물었던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해,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가 “재판의 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수 있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재판부의 ‘경영 훈수’가 받아들여진다면 형을 감경시켜줄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7일 ‘삼성 이재용 파기환송재판 공정하게 진행돼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본격적 심리에 앞서 재판장이 기업인 출신 피고인에게 경제·경영에 대한 구체적 조언과 당부를 한 것은 향후 재판의 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단순 훈계를 넘어 사실상 ‘양형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재판장의 발언은) 사건의 본질은 준법감시 제도의 부재에 따른 것이며 향후 삼성의 내부 통제 장치가 강화된다면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공판 끝 무렵 “심리 기간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서 일하라” “만 51세에 이건희는 신경영을 선언했다. 이재용의 선언은 무엇이어야 하느냐” 등 재판과 관련 없는 훈계성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재벌 봐주기’ 판결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공정성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만한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화이트칼라 범죄 양형 분석’ 보고서를 근거로 “화이트칼라 범죄의 경우 횡령이나 배임액 규모가 커질수록 양형 기준에서 정한 하한선을 이탈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경우 양형 가중 사유보다 감경 사유를 두배 가까이 더 많이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부회장이 정 부장판사 주문대로 내부 통제 장치 강화 방안 등을 마련해 파기환송심 선고 전에 발표할 것이라며 “재판장은 자신의 조언을 성실히 이행한 피고인에게 엄중한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