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국민과 검찰이 함께하는 검찰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8월27일 압수수색으로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강제수사를 시작한 이후, 조 전 장관의 5촌조카·동생·아내가 구속됐다. 조 전 장관 본인에 대한 직접 조사만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조 전 장관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뇌물죄가 적용될 경우 의혹은 ‘권력형 비리’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검찰은 우선 조 전 장관이 주식 매수 사실을 알았는지 입증해야 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아내 동양대 정경심 교수가 2차전지 업체인 더블유에프엠의 주식 12만주(주당 5000원, 총 6억원 가치)를 사들인 2018년 1월께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계좌에 5000만원을 보낸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5000만원은 청와대 인근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이체됐다. 조 전 장관이 당시 주식 구입 사실을 알았다면, 고위공직자와 배우자·직계존비속 등의 ‘직접 투자’를 금지한 공직자윤리법(14조4항)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정 교수가 더블유에프엠 주식을 시가보다 싸게 사들여 부당한 ‘재산상 이득’을 얻었는지도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정 교수가 시세보다 2000원 가량 싼 주당 5000원의 가격에 주식 12만주를 장외에서 사들였으므로, 2억4000만원의 재산상 이득을 봤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싼값에 매수할 기회를 얻은 것 자체를 뇌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8년 1월 당시 정 교수 외에도 여러 사람이 더블유에프엠 주식을 주당 5000원에 사들였기 때문에 정 교수가 특별한 이득을 봤다고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더블유에프엠의 금융감독원 공시 내용을 보면, 2018년 1월께 사모펀드 운용사 크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와 우아무개 더블유에프엠 전 대표 등은 5촌조카 조씨의 아내, 정아무개씨, ‘JIN XX’(중국이름 추정) 등에게 주당 5000원에 더블유에프엠 주식을 장외매도했다. 2018년 4월에는 코링크가 18명의 개인이나 법인에게 주당 5000원에 더블유에프엠 주식을 장외매도한 내역도 발견된다. 또 2018년 1월 더블유에프엠이 발행한 전환사채 가격도 주당 5041원이어서 ‘5천원’이 특별히 저렴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금융소송 전문 변호사는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정 교수에게 재산상 이득을 주기 위해 특별히 더 싸게 줬다는 것이 입증이 되어야 한다”면서 “당시 여러 주체가 더블유에프엠의 주식을 5000원에 사들였다면, 정 교수 쪽 입장에서는 ‘그 무렵에 산 사람들은 다 그 가격에 샀다’고 주장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조 전 장관의 ‘뇌물죄’ 적용과 정 교수에게 이미 적용한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정보 이용’이 상충된다는 지적도 있다. 미공개 정보는 매도인이 모르는 호재성 정보를 매수인이 알고 사는 기망적 거래일 경우 성립한다. 그런데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재산상 이득’을 안겨주기 위해서 주식을 일부러 값싼 가격에 팔아야 한다. 법리적으로 양쪽이 동시에 성립하기 쉽지 않은 구조인 것이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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