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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02년 걸린 여성 기자의 메이저리그 라커룸 취재

등록 2019-11-16 09:21수정 2019-11-16 11:49

1978년 멀리사 러트키. 그는 여성 기자의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 라커룸 허용과 관련한 소송을 승리로 이끌었다. 멀리사 러트키 개인 누리집 갈무리
1978년 멀리사 러트키. 그는 여성 기자의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 라커룸 허용과 관련한 소송을 승리로 이끌었다. 멀리사 러트키 개인 누리집 갈무리

금녀의 공간이었던 미국의 스포츠 보도 영역은 1920년대부터 여성 기자들이 서서히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국내 학술지 <역사와 경계>(2016년 3월)에 실린 ‘미국 스포츠 문화의 새로운 지평’이란 제목의 논문을 종합하면, 여성의 권투 관람이 금지된 1892년 애니 로리 기자가 경기장에 숨어들어가 시합을 취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등 1880~1890년대를 여성 스포츠 기자의 태동기로 보는 자료도 있다. 20세기 초반 여성 기자의 이야기를 최초로 소개한 이슈벨 로스의 저서(1936년)와 여성 스포츠 저널리즘 역사를 정리한 패멀라 크리든의 논문(1994년) 등에서는 1920년대 30명 남짓의 여성들이 스포츠 기자로 활약한 사실이 확인된다.

이 논문은 “(1차 세계대전) 전후 물질의 풍요로 형성된 소비주의 속에 미디어는 대중의 관심을 충족시키려 했다. 덕분에 여성 스포츠 기자들은 금녀의 공간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여성들은 한발 더 나아갔다. 언론사가 요구한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스포츠 보도 영역을 개척했다”고 진단했다.

이 논문에는 여성 기자 두명이 등장한다. <뉴욕 텔레그램>의 제인 딕슨 기자는 사실 위주의 건조한 문체를 쓰는 남성 기자와 달리 이야기를 풀어놓듯 기사를 작성해 스포츠 저널리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뉴욕 헤럴드 트리뷴> 마거릿 고스는 1924~25년 여성 최초로 고정 칼럼(‘스포츠계의 여성들’)을 썼다.

멀리사 러트키가 펴낸 저서 &lt;라커룸 토크&gt; 표지. 멀리사 러트키 개인 누리집 갈무리
멀리사 러트키가 펴낸 저서 <라커룸 토크> 표지. 멀리사 러트키 개인 누리집 갈무리

미국에선 1970년대를 1세대 여성 스포츠 기자의 등장기로 본다. 이 시기엔 이른바 ‘멀리사 러트키 판결’이 나왔다.

미국프로야구(MLB·이하 엠엘비) 클럽하우스 라커룸은 1876년 엠엘비(내셔널리그) 출범 이후 여성 기자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1977년 미국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여성 기자 멀리사 러트키(당시 26살)는 뉴욕 양키스와 엘에이(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를 취재하는 엠엘비 단 한명의 여성 기자였다.

엠엘비 커미셔너 보위 쿤은 러트키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라커룸 출입을 금지했다. 러트키는 정당한 권리를 빼앗는 조처라며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맡은 모틀리 판사는 1978년 9월 “여성 언론인이 남성과 동일하게 라커룸에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직업인으로서 여성 기자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선례로 자리 잡았다. 엠엘비 출범 이후 여성 기자가 라커룸 문턱을 넘어서는 데에만 102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러트키는 이 판결 이후 젊은 여성들이 스포츠 영역에 놀라울 정도로 많이 진출했다고 개인 누리집에서 밝혔다. 그는 당시 일화를 정리한 저서 <라커룸 토크>(Locker Room Talk)를 펴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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