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감반원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으로 검경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왼쪽)와 맞은편의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으로 조사받던 검찰 수사관 백아무개씨가 숨진 지 하루 만에 검찰이 전격적으로 경찰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수사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사망 경위를 밝히겠다’며 이례적인 경찰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사망사건 수사 주체인 경찰 수사를 가로막은 꼴이어서다. 검찰은 경찰의 휴대전화 포렌식(증거 분석) 참여 요청에도 선을 긋고 있어 ‘백씨의 사망 경위를 밝히려는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3일 경찰과 검찰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검찰은 전날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경찰 쪽이 참석한 가운데 백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에 착수했다. 검찰이 서울서초경찰서에서 백씨의 휴대전화와 자필 메모 등 유품을 압수한 뒤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백씨 사망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을 철저히 견제하고 있어 의구심이 나온다. 포렌식 작업 참여를 요청한 경찰에 대해 검찰은 ‘참관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압수수색 영장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망사건에서 경찰은 사망 경위를 판단하기 위해 영장 없이 유품을 확인하고, 수사가 마무리되면 유족에게 돌려줄 수 있다. 서초경찰서가 백씨의 유품들을 보관한 것도 그 때문이지만, 검찰이 이례적으로 백씨 사망 하루 만에 경찰서를 압수수색하면서 사망사건을 수사할 길이 가로막힌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압수수색을 당한 ‘피압수자’로서 법적으로 ‘참여권’을 갖고 있지만 검찰이 이를 ‘참관’으로 명명하며 의도적으로 권한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찰 역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검찰로부터 휴대전화를 넘겨받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숨진 백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사건의 증거물로 보고 압수수색을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사 영역이 아닌 사망사건까지 거듭 검찰이 수사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2일 검찰은 ‘고인의 사망 경위에 대해 한 점 의문이 없도록 철저히 규명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압수수색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뒤에도 “선거를 앞둔 수사의 공정성이 문제된 사안인 만큼 주요 증거물인 고인의 휴대전화 등을 신속하게 보전해 고인이 사망에 이른 경위 및 본 사건의 진상을 한 점 의문 없이 규명하고자 압수수색에 이른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수사 협조 관계여야 하는데 강제적인 방법이 동원되는 건 누가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의 수사가 투명하지 않은 것 같아 의아하다”며 “법원 역시 경찰 직무 영역에 갑자기 끼어든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찰이 꼭 필요하다면 협조를 요청해 경찰한테서 증거를 임의제출받고 조사할 것이지, 무턱대고 압수수색을 하는 건 수사기관으로서 온당치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압수수색의 명분을 놓고 검찰이 사망사건 수사 책임자인 김종철 서초경찰서장의 청와대 근무 이력을 들어 증거 유출 가능성을 제기한 점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이날 낮 <문화일보>는 ‘검찰의 전격적인 서초경찰서 압수수색은 김 서장이 과거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과 함께 일한 경력이 있어 수사 상황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검찰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김 서장의 청와대 근무 경력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서장이 상관이었던 윤 실장 등에게 백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보고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다.
이에 대해 김 서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청와대 근무를 한 사실만으로 한 사람의 공직자를 이렇게 매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낀다. 해당 언론사에서 정정보도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서장은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 국정기획상황실에 파견됐다가 올해 1월 서초경찰서에 부임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근무지를 두고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한다면 법무부 파견 검찰은 모두 친정부 성향이라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아야 하나.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비판했다.
엄지원 강재구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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