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면서 일선 검찰청들이 수사 상황에 관한 공보를 사실상 중단했다. 검사와 언론의 접촉을 막아 수사기관 피의사실 공표를 막는다는 취지지만, 중요 수사가 ‘깜깜이’로 진행될 가능성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서울동부지검은 3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정규영(56) 서울동부지검 전문공보관은 전날 열린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에서 법무부 훈령 시행 뒤 첫 심의대상인 유 전 시장 사건 수사 상황을 현재 상황에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 공보관은 “원칙적으로 모든 형사사건은 비공개이고 예외적으로 중대한 사건만 공개하는 것”이라며 “운영지침에 따라 심의위 심의와 구체적인 의결 내용 등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태껏 수사 공보는 사건을 지휘하는 일선 검찰청의 차장 검사들이 겸임해왔다. 그러나 법무부 훈령에 따라 기자가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전문공보관’으로 바뀌었다. 전문공보관은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 인권감독관(부장검사급)이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공보관은 거듭되는 질문에 “나는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정 공보관은 “(수사내용을) 우리도 알 수 없고,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훈령이 시행되면서 언론사가 오보를 내더라도 수사기관이 확인해줄 가능성 역시 낮아졌다. 언론 보도가 나오면 수사팀이 바로 출입기자단에 입장을 내는 기존 방식에서 ‘전문공보관→수사팀 의견→심의위 공개범위 권고→기자단 통보’로 절차가 복잡해졌다. 정 공보관은 “저는 수사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언론 보도가 오보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고 수사팀에 적극적으로 확인 요청을 할 수도 없다”며 “규정상 구두 브리핑을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검사 비위 의혹도 공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같은 날 서울서부지검도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어 “기소 전 사건은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일체 공개할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한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현재 서부지검에는 같은 검찰청 소속인 ㄱ부장검사가 직권남용으로 고발당해 있다. 이와 관련해 서부지검은 “따로 확인해줄 수 없고, 입장 발표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검찰이 원하는 부분만 언론에 공개하게 되어서 검찰 수사에 대한 언론 감시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공보관이 수사팀이 공개하기로 한 사안에 관해서만 보도자료를 통해 공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공보관은 “수사팀에서 공개하고 싶은 것만 공개되는 것 아니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규정이 그렇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훈령이 시행 중이니 (문제가 되는 부분을) 앞으로 계속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배지현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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