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하명수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길목 곳곳에서 검찰과 경찰이 갈등하고 있다. 김 전 시장 측근 수사를 했던 울산경찰이 최근 집단으로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의 휴대전화를 놓고도 검경은 유례없는 쟁탈전을 벌였다. 사건의 본류인 지난해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검경은 영장청구 여부와 기소 여부 등을 놓고 정반대 의견을 냈다. 이번 청와대 하명 의혹 수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바탕에 깔린 검경 갈등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겨레> 취재 결과 ‘청와대 하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지난달부터 경찰과 ‘김기현 수사팀 소환 조사’를 두고 줄다리기하고 있다. 이달 초 검찰은 지난해 김 전 시장을 수사했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 10여명에게 소환통보를 했지만, 이들은 불출석 의견을 밝혔다.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인 지난달 중순에도 울산지검은 5명의 경찰 수사팀 관계자에게 소환통보를 했지만 이 중 1명만 검찰에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 통보를 받은 일부 경찰은 “서면으로 답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과 경찰은 ‘하명수사’ 관련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숨진 전 특감반원의 휴대전화를 놓고도 각을 세우고 있다. 검찰은 백 수사관 사망 직후 서울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휴대전화를 확보했는데, 이후 경찰은 휴대전화를 되찾기 위해 두 차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모두 기각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날 “‘사망 경위 파악을 위해 필요하다’며 신청한 통신영장은 발부됐는데, 같은 사유로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법원 판단도 없이 검찰이 청구하지 않은 것은 자기모순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휴대전화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 변경이 없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숨진 특감반원의 행적을 쫓는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고래고기 사건’도 대표적인 검경 갈등 사안이다. 2016년 울산경찰이 불법포획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상당량(27톤 중 21톤)을 울산지검이 피의자에게 되돌려주면서 불거진 사건인데, 경찰이 이듬해 9월 담당 검사와 유통업자를 변론한 검찰 출신 변호사 등을 수사하면서 검경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숨진 특감반원이 지난해 초 울산을 방문한 데 대해 검찰이 하명수사 일환이라고 의심하자 청와대는 검경 갈등을 확인하기 위한 출장이라고 해명했다.
검경 갈등은 지난해 울산경찰이 ‘김기현 측근 수사’를 진행할 때부터 불거졌다. 울산경찰은 지난해 말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 울산의 한 아파트 공사에서 특정 레미콘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수사해 레미콘업체 대표와 비서실장, 울산시 국장 등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올해 3월 99장 분량의 결정서를 통해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불기소했다. 검찰은 또 지난해 5월 박기성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등 수사 과정에서도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경찰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반박하는 20쪽 분량의 내부 문건을 작성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결정의 잘못을 지적하고 기소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했다. 이후 올해 초 자유한국당 등의 고발로 검찰이 이 수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검찰은 경찰이 청와대와 주고받은 공문 등을 확보해 ‘청와대 하명 의혹’ 수사로 이어갔다.
울산/박준용 신동명 기자,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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