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이 만약 100명이라면] ④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
각자도생, 갈 길 험난하지만…
“미래 삶은 개선 가능성 있다” 69명
비관적 응답은 100명 중 5명 그쳐
가장 중요한 건 ‘건강, 경제적 안정’
성공 기대보다 실패 두려움 더 커
각자도생, 갈 길 험난하지만…
“미래 삶은 개선 가능성 있다” 69명
비관적 응답은 100명 중 5명 그쳐
가장 중요한 건 ‘건강, 경제적 안정’
성공 기대보다 실패 두려움 더 커
‘내 몸 하나 건사할 수 있는 삶’을 꿈꾼다 충남 천안 상명대에서 사진학을 전공하는 스물두살 유수민의 꿈은 프리랜서 사진작가다. 어릴 적 아버지의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으며 재미를 붙였다. 그는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수민이 이야기하는 성공은 한국 사회에서 보통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남들 위에 군림하는 삶’ 같은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삶에서 중요한 건 무척 많죠. 돈도 중요하지만 저는 제 명예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돈과 명예라고 하니까 거창한 것 같은데 큰 건 아니에요. 떼부자가 되길 바라는 게 아니라 제가 제 몸 하나 건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먹고 싶은 것 먹고, 사고 싶은 것 살 수 있는 정도. 명예도 마찬가지로 그냥 제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면 충분한 거 같아요.” 한신대에 다니는 스물한살 안도연도 ‘하고 싶은 걸 접지 않아도 될 정도의 경제력’을 이야기했다. 애초 미대 입시를 준비했던 안도연은 재수를 하면서 ‘취업이나 학벌에 따른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뒤늦게 깨닫기 시작했다고 한다.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철학과가 있는 대학에 수시를 다 넣었고 지금 학교에 합격했어요. 들어와 보니 친구들도 교수님들도 다 너무 좋아 만족해요.” 안도연은 대학생활 만족도를 묻는 말에 10점 만점 중 9점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글 쓰는 일을 하고 싶다. 언론사 입사 준비도 곧 시작하려고 한다. ‘문송합니다’(문과 취업이 어려움을 빗대 ‘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의 대표로 꼽히는 철학과에 다니지만 큰 걱정이 없어 보였다.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 즐거운 삶인데 그게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먹고사는 것 때문에 관심 없는 일을 하는 것은 싫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거나, 그게 안 되면 하고 싶은 걸 접지 않을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삶을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 청년이 만약 100명이라면’이 100명의 청년을 만나서 느낀 건 이들 중 다수가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인공 같은 삶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그저 스스로 열광하는 일을 하는 것, 그리고 그 열광을 꺼트리지 않아도 될 경제적 안정을 성공과 성취로 여기고 있었다. 4명의 기자가 1만㎞를 오가며 이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이런 생각을 나눴다. 이런 정도의 삶을 꿈꾸는 청년들조차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사회를 과연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저들을 각자도생과 자력구제의 구렁텅이에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김혜윤 김윤주 서혜미 강재구 기자 uniqu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