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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문 대통령 “마음의 빚” 조국 감싸고 “선택적 수사” 검찰엔 불편한 속내

등록 2020-01-14 19:55수정 2020-01-15 11:06

[문 대통령 새해 기자회견]

조국 일가 비리 언급 없이
“고초 겪어…갈등 끝냈으면”

울산 선거개입 의혹 묻자
“수사중이라 언급 부적절”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열린 새해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며 여전히 식지 않은 애정을 드러냈다. 반면, 검찰에 대해서는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한다’며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8월 검찰 수사 이후 국민 여론을 두 쪽으로 갈라놓은 ‘조국 일가 비리’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대신 이른바 검찰개혁 입법에 대한 조 전 장관의 ‘공로’를 높이 샀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에 이르기까지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했던 기여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 그것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가 비리 혐의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를 ‘고초’, 즉 정당한 일을 하며 겪게 된 고난에 빗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뇌물,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조 전 장관의 혐의 대부분이 청와대 재직 당시의 일로 밝혀졌음에도 지휘·감독 책임자로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분의 유무죄는 수사나 재판 과정을 통해 밝혀질 일”이라고 간단히 언급하고 말았다. 대신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의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인해서 국민들 간에 많은 갈등과 분열이 생겼고 그 갈등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는 끝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국민들께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현 정부 인사를 상대로 이뤄지는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불편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어떤 사건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수사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사건’은 조 전 장관 일가 비리, 유재수 감찰 무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현 정권을 향한 수사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도중 울산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거론되자 “검찰이 수사 중이라 언급은 적절치 않다”며 직접적인 발언을 삼갔다. 그러면서도 검찰이 혐의점을 두고 있는 ‘공공병원 설립’ 등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에 대해서는 2012년, 2017년 대선 때 자신이 채택한 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자신의 판단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한 법조계 인사는 “문 대통령이 그동안 말로는 엄정한 수사를 강조했지만, 이번 회견에서 청와대나 청와대 재직자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데 대한 최소한의 유감 표명조차 없었다”며 “문 대통령은 정권과 청와대의 수장으로서 책임의식이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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