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맨 오른쪽)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소장 공개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과천/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내놓은 ‘검찰 내부의 수사·기소 분리 방안’은 검토 단계이긴 하지만 실행될 경우 검찰의 수사·기소 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 들어 수사·기소를 함께하는 검찰의 직접수사 조직·범위가 크게 줄었지만, 아직 30여개 부서가 남아 있고 선거·경제 등 주요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수사·기소를 분리해 검찰의 독단과 오류를 바로잡을 방침이지만, 검찰 내부 반발과 법제화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추 장관은 이날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 대신 대략적인 구상만 밝혔다. 추 장관 발언을 보면, 법무부는 검찰 내부에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따로 나눠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범죄를 인지해 수사만 하는 검사와 이를 검토해 재판에 넘기는 검사를 따로 두는 방식이다. 현재 검찰 안팎에 전문수사자문단이나 레드팀, 수사심의위원회 등 견제 장치가 있긴 하지만 한계가 분명해 “수평적 내부 통제”가 필요하다는 게 추 장관의 생각이다.
다만 이들을 한 검찰청 안에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같은 검찰청 내에서는 아는 처지에서 리뷰가 가능하겠느냐”며 “중경단(중대경제범죄조사단)이나 고검 등 어느 단위에서 (기소를 검토)할지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검사장회의를 열 계획이다.
수사·기소의 분리 방안이 오는 7월 설치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추 장관은 “공수처도 판사·검사·경무관 이상이 (수사) 대상인데,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지 않은 채로 돼 있다”며 수사·기소 분리가 “좋은 제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 사례로 최근 무죄를 받은 엘시티 사건을 예로 들었다. 부산지법은 최근 엘시티 사업에 부당한 방법으로 300억원을 대출한 혐의로 기소된 성세환 전 비엔케이(BNK)금융지주 회장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추 장관은 “사건 관계인 입장에서는 풍비박산이 난 것”이라며 “검찰이 국민적 관심 속에서 떠들썩하게 수사한 결과”라고 말했다.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은 “일본 도쿄지검의 경우 공판부의 총괄심사검찰관이 기소 때 자문 의견을 제출한다”며 일본 검찰제도를 참고하고 있다는 점도 내비쳤다. 일본은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율이 0.1∼0.2% 수준으로 한국(2018년 1심 무죄율 0.79%)보다 낮다.
추 장관의 제안에 검찰 내부에서는 현실적으로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결국 모든 검사가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데, 수사·기소 분리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한 검사장은 “경찰 수사는 (검찰이) 심판하는데, 검찰 수사는 누가 심판하냐는 문제가 있다”며 “검찰 직접수사를 없애고 기소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미래위원회 위원이었던 양홍석 변호사는 “수사와 기소를 신중하게 하라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더 두텁게 한다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며 “수사·기소를 분리할 사건을 어떻게 선정할지,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어떻게 조율할지 등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용 임재우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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