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관계자들이 11일 낮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 근무환경이 전염병에 취약하며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예고된 참사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원청사와 콜센터업체, 지방자치단체에 콜센터 업무환경 방역 등을 요구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 사람 당 90센티미터 정도의 좁은 책상을 칸막이로 다닥다닥 닭장처럼 좁게 붙여놓고 있으며 뒷사람과의 간격도 너무 좁아서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면 다닐 수가 없어서 의자를 꼭 책상 쪽으로 밀어야 사람 다닐 공간이 생깁니다. 콜센터 특징상 마스크를 쓰면 언어 전달도 힘들지만 숨이 가빠서 마스크 쓰고 일한다는건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사무실 바닥은 1년에 1번 정도 청소하는 거 같고 화장실도 어찌나 더러운지 100명도 넘게 같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특히나 위생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환기도 잘하질 않습니다. 게다가 팀장급 이상들은 전화 업무를 하지 않기에 최근엔 최근까지 지들만 마스크 끼고 일하고 상담원들은 마스크 벗고 일하라고 공지했어요. 구로가 먼저 터진 것뿐이지, 콜센터 중 터질 곳은 여기저기입니다.
11일 오후엔 박원순 시장님이 콜센터 자리 배열을 한칸씩 건너 앉으라 하셨다던데 저흰 그러지도 못했구요. 언론에 (집단감염 보도가) 나고 갑자기 마스크를 끼고 업무하라는데 진짜 어이가 없었네요. 최저시급 받고 일하는 상담사들에게 ‘금값’인 마스크 제공도 안해주면서 마스크 끼고 일하라고 공지가 내려왔네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원청사에서 콜센터 본인들이 콜을 안해 봐서 그런 건지 고객에게 안내돼야 하는 스크립트(원고) 내용에 ‘마스크 끼고 일한다’며 양해해달란 멘트까지 심어놓고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하네요. 현재 저희 상담원들은 엘리베이터에서 8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고 봐야죠. 구로가 시작일 뿐이란 생각이 대부분의 상담원들의 생각이에요.
서울 용산구의 한 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상담사의 호소다. 구로구의 콜센터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콜센터 상담사 10명 중 9명 이상이 ‘근무환경이 코로나19 전염에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담사 절반 이상은 회사에서 마스크를 받지 못했고, 마스크를 쓰면 고객의 불만에 시달린다고 답했다.
공인노무사·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노동자 인권보호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11일∼12일까지 콜센터 상담사 1565명을 대상으로 △상담사 근로조건 △코로나19 조치 △정부정책 및 필요조치 등 ‘근무실태와 코로나19 예방대책’에 대해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상담사 대부분은 업무환경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다. 응답자의 97.7%(1530명)는 “비좁은 업무 공간이 코로나19 전염 위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고,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은 67.2%(1052명)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85.6%(1340명)는 “직장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회사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감염 예방에 소홀했다. 회사의 코로나19 예방조치를 묻는 문항에서 응답자의 85%(1338명)가 “키보드 소독용 알콜솜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마스크 미지급”이 56.9%(891명), “체온감지기 미설치”가 34.2%(536명)로 뒤를 이었다. 상담사 ㄱ씨는 “마스크는 세 번 지급되다 중단됐고 소독솜도 떨어져 미지급”이라며 “항상 상담사들의 주의만 요구하며 일 발생 시 상담사 책임이라는 인식만 주입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닭장’ 같은 환경에서도 근무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상담사는 34.5%(540명)에 불과했다. 온종일 말을 해야 하는 상담 업무 특성상 마스크를 착용하면 고객의 불평이 나와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고객의 불만을 받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70.5%(723명)로 가장 높았고, 45.6%(467명)은 “답답하고 불편해서”라고 답했다. 상담사 ㄴ씨는 “마스크를 끼고 1시간 이상 통화하면 마스크가 축축해지고 피부가 쓰리고 따까운 데다 입냄새에 숨까지 차 일하기 힘들다”며 “엘리베이터에서 8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상담사들은 제대로 된 처우도 받지 못했다. 상담사의 임금수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8.9%(1079명)가 “20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고, “200만원~25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 비율은 27.6%(432)로 집계됐다. 반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상담 업무량’을 질문에 66.1%(1034명)가 “늘었다”고 답한 점이 눈길을 끈다. 직장갑질119는 “1339 질병관리본부 상담에서 여행을 취소하는 항공사 상담까지 원청회사의 상담 업무를 대신하는 상담사들의 업무는 늘었는데, 최악의 조건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와 콜센터119는 △추가공간 확보 등 안전거리 확보 △휴게시간·휴게공간 확보 △원청사 코로나19 예방 자금지원·예방조치 실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협의체 구성 △콜센터 사업장 특별고용지원업종 선정 등 상담사들의 요구가 담긴 ‘코로나19 집단감염 예방을 위한 콜센터 상담사 긴급 10대 요구’를 회사와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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